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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바통 터치

손대선(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용인신문] 육상경기 중 유일하게 협업을 중시하는 종목은 이어달리기다. 백미는 400m. 4명이 100m씩 나눠 뛰는 이 종목은 단순히 잘 뛴다고 저절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1/3번 주자는 곡선주로를, 2/4번 주자는 직선주로를 달리기에 주로마다 맞춤형 선수가 필요하다. 개인 기량과 동료와의 호흡이 최상의 조화를 이룰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남자 400m 이어달리기 우승 후보 단골은 전통적으로 미국 대표팀이다. 육상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칼 루이스, 마이클 존슨, 타이슨 게이 등 역대급 단거리 강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기량의 동료들과 미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은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 무대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냈을까. 1948년 런던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70년 가까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바통 터치를 제대로 못 해서다. 바통을 정해진 구역에서 다음 주자에게 넘기지 않거나 떨어뜨리는 실수가 빈발했다. 이 때문에 개개인 기량은 훨씬 떨어지는 팀들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다.

 

가속도 붙은 주자와 정지 상태에 있다가 뛰기 시작하는 다음 주자. 촌각을 다투는 승부 세계에서 바통을 매끄럽게 주고받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육상 대표팀의 한 일원은 훈련시간 부족을 실패 이유로 댔다고 한다. 각 주로를 뛰는 선수들은 이름값만으로 상대를 압도하지만 바통 터치 훈련을 게을리 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미국 육상팀의 바통 터치 징크스를 우리 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정치적 입장차이로 불거져 다양한 분야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20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 자신들의 속도만 중시하다 바통 터치 연습을 게을리하다 빚어진 문제가 아닐까.

 

기성세대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과 한류의 기틀을 다진 우리 사회의 기둥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20대는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 진입 소임을 마칠 마지막 주자임에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듯하다. 대우를 요구하자 이른바 ‘싸가지 없는’ 20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자못 높다. 20대가 이전 세대보다 좀 더 공정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나 자신은 확신할 수 없다.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한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고 해서 기성세대가 기분 나쁠 일이 아니다. 뒷물이든 앞 물이든 모두 한강 물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양보와 이해. 매끄러운 바통 터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