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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꽃은 절규 끝에 피는 것

뭉크


세상의 모든 꽃은 절규 끝에 피는 것



세상의 모든 꽃은 절규 끝에 피는 것 여기 특정한 시간이 멈춰있지요. 어떤 소용돌이는 절규처럼 인간의 삶을 훑고 지나갑니다. 모든 방향으로 휘어져 버린 삶의 막다른 골목을 지나가는 새의 날개는 얼마나 절박할까요? 총성은 제 심장을 향해 폭주합니다. 이런 시가 있습니다. “등뒤를 몇 개의 어두운/ 그림자, 쉽게 부러지는 이 거리의/ 난간들, 나는 온힘을 다해 아주 오래된 멜로디를/ 떠올렸으나 네거리의 저 거대한 주유소,/ 그리고 붉은 불빛의 편의점 앞에서/ 결국 뒤돌아보게 되리라, 결국 되돌아/ 보는 그 순간 나는 어떤 눈빛을 지니게 될는지/ 두 손으로 두 귀를 막고 어떻게/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지/ 다만 몇 개의 그림자, 그리고// 등뒤의 세계,”(이장욱, 「절규」부분)라고 진술하면서 시인은 내면적 탐험에 집중합니다. “등뒤의 세계”는 인간이 저질러온 부정적 이미지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곳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싸워도 극복할 수 없는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입속에 들어있는 검은 기억을 뱉어 내려고 합니다. 그 때 나타나는 현상이 절규이지요. 물질문명의 격랑 속에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구제하려는 의지가 예술적 대응형식으로 나타난 것이 표현주의입니다. 뭉크는 삶과 죽음, 사랑과 관능, 공포와 우수를 강렬한 색채로 덧칠한 표현주의 예술가입니다. 길을 걸어가던 뭉크는 혼자 멈춰 서서 태양이 진 뒤의 피처럼 붉은 구름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때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자연의 거대한 절규의 목소리를 들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어느날 불안을 품은 뭉크의 그림과 우리 자신의 불안이 보라색 구름패랭이 꽃이 피는 절기에 만나기도 하지요. 드디어 우리는, 조금씩 녹아가면서 사라지는 인간들임을 깨닫기도 하겠지요. 우리는 알 수 없이 변해가는 이웃들을 보면서, 어둠이 매일 몸에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옷깃에 붙은 이물질처럼 서로 떼어 주지도 못한 채…… 지금 흉터를 나눠 가진 빛들이 공원 의자에 가득 놓여 있습니다. 세상에는 고독하고 무서운 하늘과 땅과 바다가 존재합니다. 목이 타들어가는 시간의 의자가 이곳까지 걸어 왔다는 말이지요. 귀가 찢어질 듯 어두운 벨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름의 절규가 있습니다. 절제하거나 표정을 얼굴 뒤에 감추어 놓았을 뿐이지요. 절규, 그 이후의 풍경을 뭉크는 보여주지 않고 떠났습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화폭 가득 소리를 채워 넣고, 소리의 그림을 붓으로 완성해 놓은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절규 끝에 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드디어 환한 꽃밭에서 오늘 아침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