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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통신원 이상엽의 사진이야기

인간의 캠핑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

몽골 대초원

 

요즘 한국의 중년들에게 캠핑은 유행 이상이다. 가족과 함께 야생(WILD LIFE)을 즐기며 가장의 유능함을 내보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 윗세대에게 야외에서의 삶은 그리 특별하지 않겠지만, 도시화가 급격하게 일어난 60년대 생들은 낯설다. 하지만 로망은 있다. 그래서 어느덧 자식들이 생기고 그들과 함께 도시의 안락함 대신 자연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겠지만 사실은 자신부터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캠핑 붐에 대해 공작적(工作的) 성취감이나 중산층 중년 남성의 속물적 과시욕이라 하는 이도 있고, 한국 남성들의 고양된 가족주의를 캠핑 열풍의 진원지로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 열기를 떠받치는 가족주의가 한국 중산층 가계의 심화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는 진단도 있다. 한국의 중년 남성을 위협하는 두 가지 공포, 실직과 건강 이상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해석이던 그들은 야생으로 간다.

 

몽골의 대초원에서 유목민들처럼 게르(몽골식 천막)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떤가?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바람처럼 살아간 몽골인들의 게르는 이동식이다. 언제든 철거하고 이동하고 또 설치하는 집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넓고 있을 것은 다 있다. 그들 식의 양고기 백숙으로 배를 채우고 나무 침상에서 담요에 푹 잠겨 잠을 청하려면 차가운 공기에 잠을 뒤척인다. 몽골 고원의 밤공기는 차다. 페치카에서 타들어가는 자작나무의 송진 터지는 소리는 단잠을 깨운다. 그렇게 낯선 잠을 자고 일찍 눈을 뜨면 초원의 찬란한 새벽이 이방인을 맞는다.

 

대지는 밤새 내린 서리로 눈부시게 빛난다. 들판은 잠시 꽃망울 터트리는 것을 멈춘 들꽃들로 가득하다. 멀리 지평선으로 아침 햇살을 받아 푸름을 자랑하는 울창한 수목들이 가득하다. 몽골에는 초원만 있을 것 같은 우리의 상식을 깬다. 하늘에는 고요하게 수리들이 하늘을 빙빙 돌고 초원 곳곳에서 말울음이 들려온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캠핑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일 것이다. 그것으로 가보시라.

 

이상엽/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