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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통신원 이상엽

수몰리, 내성천변 금광리 풍경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이러저러한 사회적인 풍경을 기록한다. 어떤 때는 사회적인 약자인 비정규노동자의 얼굴에서, 또 어떤 때는 분단의 상징인 DMZ 앞에서 기록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환경문제로 오랫동안 기록해 온 것은 4대강 문제였다. 그 개발의 시작부터 종료 시점까지, 그리고 지천인 내성천의 사라짐까지 꽤 시간과 발품을 내서 기록 중이다. 그 기록의 동반자는 지율스님이다. 오랫동안 스님의 길을 쫓아다니며 강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일 무렵, 스님은 낙동강을 따라 이 곳 영주 땅 내성천으로 스며들었다. 모래가 깊이 흐른다고 하던가? 2011년 “지천이 살아야 본류도 산다”고 하면서 회룡포, 무섬마을, 삼강 합수 지점을 부단히 돌아다녔다. 나 역시 그 뒤를 따라 맨발에 차가운 강물과 따듯하게 꺼져드는 모래를 밟기도 했고, 허벅지가 터질 듯 차가운 겨울 강바람 앞에 페달을 밟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주댐으로 사라지는 내성천변에 ‘4대강 기록관’을 지어보자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리 쉽지않는 일이다. 대형 포털에서 기꺼이 그 이야기를 싣고 기록고나 건립을 위한 펀딩을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4대강의 4자로 언급하면 안된다면 황당한 거절을 들었을 때 절망했다. 참으로 강고하구나. 22조의 국민 세금은 도대체 누구 주머니로 흘러갔기에 이리도 사람의 말을 막을 수 있단 말일까?

얼마전 스님이 거처하던 내성천변 천막이 법원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스님은 이제 수몰리가 되는 농가를 빌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차리려 한다. 오랜만에 영주 금광리 야산을 넘어 금강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하늘은 내려앉았고 대기에 스민 수증기는 아련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한동안 그 처연함을 본다. 멀리 영주댐이 가물거리고 풀이 무성한 내성천은 더 이상 모래강이 아니다. 마을은 이제 허물어져 듬성듬성 이 빠진 노인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첫 번째 수몰리,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금강마을의 풍경이다. 아마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내성천 마을의 마지막 풍경일 것이다.
   

몇 해 전 금강마을 들어갈 때 초입의 다리에서 내려다 본 내성천은 모래강이었다. 아침과 저녁 무렵은 금모래고 정오는 은모래였다. 그 자리에는 풀만 무성하다. 앞으로 모래가 떠내려 와도 떠내려갈 자리가 없다.

   

길옆은 거대한 공사장이다. 시멘트 공장이 수십 년 동안 파먹은 산을 복구한다고 한다. 복구는커녕 다시 돌을 쪼개 산처럼 위장한다. 부수고 다시 부수고.

   

지금은 철거된 지율스님의 천막이 있고, 수년전 나와 스님이 함께 만든 이동식 전시 공간인 이름하여 모래 스페이스갤러리가 있다.

   

멀리 영주 댐이 신기루처럼 서있는 금강마을 전경이다. 수몰리는 그래서 슬프다. 이제 10여 가구 남았다. 수백 년의 인간 역사는 잠기고 흔적을 감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