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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통신원

   
▲ 몽골횡단열차를 타고 외몽골 울란바타르로 가는 길. 눈에 덮인 외계행성을 찾은 기분이다
고기리 통신원

‘춥다. 춥다’ 한들, 이곳만 할까
-유목의 땅, 몽골

이상엽

요즘 춥다. 고기리는 더 춥다. 광교산 밑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도심보다 몇도는 낮다. 그래도 전에 여행을 했던 몽골의 고원만 할까. 그곳은 보통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 아니던가. 1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가 가장 극적으로 변한 곳이 아마도 이 땅 몽골의 초원이었을 것이다. 극냉의 한기를 이기기 위해 인간은 신체를 변화시켰다. 밝은 피부와 찟어진 눈, 낮은 코, 단단하고 짧은 체구. 그곳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몽골 초원의 천막인 ‘게르’ 안은 쌀쌀했다. 밤새 자작나무를 태운 난로는 새벽녘에 완전히 꺼졌다. 게르의 구멍 뚫린 천정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초원은 하얗게 눈이 내려있고 고원답게 낮은 구름이 안개마냥 산허리에 걸려있다.

   
▲ 초원의 유목민. 양들을 이끌고 이곳저곳 눈 속에 뭍인 풀을 찾아 헤맨다
   
▲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은 돌아다닌다. 영하 20도만 되도 푸근하다고하는 울란바타르 사람들
   
▲ 몽골인들은 대단히 독실한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다. 이들의 고통은 내세 한 순간일 뿐이다
한참을 걸어 근처 유목민의 게르를 찾았다. 미리 방문을 예상하고 차 속에는 사탕과 과자, 콜라 같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다. 게르를 방문할 때 가장 좋은 선물들이라고 한다. 두 채의 게르와 축사가 있는 조금 규모가 있는 집이었다. 두 부부는 양떼를 몰고 나갔고 집에는 할머니와 손자 둘이 있었다. 할머니는 우리가 게르에 들어서자마자 수태차 한잔을 권했다. 수태차는 몽골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 없이 마시는 밀크 티였다. 양젖에 약간 물을 타고 소금으로 간을 한 후에 차를 넣고 끊인 것이다. 새벽 한기에 얼었던 몸이 조금은 풀리는 듯 했다. 5평정도 되는 게르 안의 공간에서 유목민들의 한없이 단순한 생활을 읽을 수 있었다. 낡은 가구와 게르 중앙의 난로가 전부였다. 선반위의 고물 라디오가 외부세계와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할머니에게 생활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힘들어. 지난 겨울에 가축이 많이 죽었어. 여긴 너무 춥거든.”

하지만 몽골인들에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80%가 “예”라고 답한다고 한다. 이들보다 경제적으로 10배는 잘산다는 우리에게 같은 물음을 던진다면 몇 %의 사람이 행복하다고 할까. 최근 통계로 35%의 한국 사람만이 이 물음에 “예”라고 답했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