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풍경 보여주는 구채구
중국 쓰촨성 민강 최상류까지 446Km를 거슬러 올라가면 민산(岷山) 산맥 남쪽에 구채구(九寨溝, 지유자이주)라는 계곡이 있다. 당나라 시절 티베트의 장족 병사들이 이곳에 아홉 개의 성채와 도랑를 만들어 놓았다는 역사적 배경에서 지어진 이름인데, 그 아름다운 풍광은 눈으로 보고서도 믿지 못할 만큼 신비롭고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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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채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풍경은 호수다. 미네랄에 의해 푸르러진 물빛과 수십년이 지나도 썩지않는 나무는 탄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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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채구에서 가장 신비로운 풍경의 다른 모습 |
요즘 중화 애국주의로 무장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참으로 곤혹스런 일이지만, 그가 선택하는 영화의 배경은 참으로 놀라운 구석이 있다. 영화 <영웅>을 떠올려 보자. 산 정상에 그림 같은 호수가 있고, 그 위에 정자가 있다. 그 안에는 장만옥이 누워있다. 그리고 곁에 연인이었던 양조위가 있고, 그를 죽이러 온 이연걸이 있다.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만으로 호수를 뛰어다니며 수많은 절세신공의 초식을 나눈다. 아마도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무협소설도 이렇게 표현하지 못하리라. 그들의 우아한 몸놀림은 전죽해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다.
‘상상속의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구채구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4A급의 풍경구로 지정되었다. “황산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을 보지 않고, 구채구의 물을 보고나면 다른 물을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비취빛의 영롱한 색을 띤 구채구의 물은 바닥에 가라앉은 오래된 고목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믿기지 않는 풍광을 연출한다. 아마도 이곳을 본이는 평생 구채구의 이미지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곳의 녹색과 파란색의 호수 빛깔과 그 호수 안에 가라앉아 있는 고목들을 볼 때 과연 이곳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가하고 눈을 의심한다. 굳이 이렇게 아름아운 풍광에 대해 과학적인 해석을 하자면 지질학적으로 ‘탄산칼슘’ 이 많이 함유 되어 있어 물이 그러한 빛을 띠는 것이다. 그리고 물속의 고목을 감싸 수분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해 썩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황룡과 함께 구채구는 중국의 풍광을 대표해 1992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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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채구는 아홉 개의 산채가 있는 계곡이란 뜻이다. 그 산채의 주인들은 티베트인들로 중원의 한족 입장에서는 도적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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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해발고도가 2000m에서 3000m를 오가는 수목 생장 한계선의 고지대다. 그래서 가을이 일찍 온다. 9월이면 벌써 가을이다. |
글 사진 이상엽/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