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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통신원 이상엽

방치되는 용인의 문화재
- 이종무 장군 묘 앞에서

이종무라는 사람이 있다. 사전을 보면 “고려 말 조선 초의 무신. 왜구를 격파했고 제2차 왕자의 난에 공을 세웠으며 쓰시마 섬을 정벌했다”고 나온다. 아마도 조선 초기에 가장 유명했던 무장이고 요즘 어린이들도 “대마도 정벌 이종무”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사람의 묘가 용인시 고기동 산골에 있다. 원래는 이곳이 묘가 아니었지만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묘를 훼손 할까봐 후손들이 이곳 깊은 산중에 이장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한 때 잊혔다가 재발견되고 그 후손들에 의해 한국전쟁 이전까지 대규모의 시제도 올려 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개발의 열풍이 불고 그의 산소 아래까지 집들이 들어서면서 땅값은 치솟아 누가 그 이득을 봤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제 사유지로 변한 주변으로 인해 묘소로 들어갈 길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역사학자,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역사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수상 아베의 역사 왜곡이 극에 달할 때는 일부러 ‘대마도 정벌’한 이종무 장군 보고 싶어 아이들과 왔다가 길이 없어 실망하고 간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봤다. 용인시청 문화재팀장 윤재순씨는 “일단 묘를 관리하는 것은 종친회의 역할이다. 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연고 유적이나 시의 소유로 확인 된 곳에 한정한다. 진입로 문제도 검토할 수 있지만 그 역시 종친회가 풀 일이다”라고 한다.

이종무 장군의 후손인 장수이씨 종친회에 물어봤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그렇게 용인시에서 보유한 문화유적 중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공간이 무너지고 잊혀진다.

사실 내 고백을 하자면 이종무 장군 25대 손이다. 내내 서울에서 살아 그저 조상 중에 이런 분이 있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런데 하필 내 아들이 '이우고등학교'로 진학해 고기리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곳에 시조 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참으로 우연이자 필연 일 것이다. 종친이란 사람들도 용인시도 버린 그 묘소에서 아내와 함께 술한잔 올리며 그랬다.

“우리가 묘지기 할까?” 쓴 웃음이 나왔다. 역사란 것이 가문에서 국가까지 이어지는 기억이라면 우리는 참으로 염치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상엽 / 사진가


   
01 벌초도 하지 않아 숲이 되어버린 이종무 장군의 묘.
   
02 용인시에서 만든 간판. 그 화살표대로 따라가면 남의 집 마당이다.
   
03 원래 이종무 묘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떡하니 집이 들어섰다. 3년 전이다.
   
04 누군가 조악하게 사유지 틈새로 들어가라 푯말을 만들었다.
   
05 이 역시 사유지다. 묘 집입로는 여기서 약 50미터 앞에 있지만 그곳을 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