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덩어리로 표현한 고대인의 혼
세상에는 거대한 돌로 구축한 수많은 거석문화들이 있다. 기원전 1700년경 영국 윌트셔 솔즈베리평원에 서있는 스톤헨지와 그보다 800년이나 더 거슬러 올라가는 이집트 기자에 서있는 대피라미드도 있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한 1만2000년 이래 세계 곳곳에는 돌을 쪼아 만든 거대한 건축물들이 들어섰고, 강력한 자연의 풍화에도 견디며 오늘날 우리에게 경의로운 풍경을 만들어 준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 압록강변에 위치한 이 도시에도 그런 거석이 남겨져 있다. 1세기부터 5세기까지 고구려인들이 남긴 거대한 돌무지 고분과 거대한 비석들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두 해 전 북한이 단독으로 추진했던 것을 무산시켜가며 중국은 고구려를 둘로 나눴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대대적으로 지안의 고구려유물을 정비하고 보완했다. 지금도 장군총과 광개토왕비는 중국 국가급 유물 유적인 AAAA급으로 분류 돼 보호된다. 이 둘은 한국인들 역시 지안을 들르면 꼭 보고 가는 곳이다. 하지만 그래서 백두산이 열리는 봄철이 오면 한국인 특별 관리를 위해 두 유적에는 공안이 배치되어 감시한다. 이 유적은 한국인의 것이 아니라 중국의 것임을 꼭 상기시켜주는 매력적인 외모의 유물 관리인들의 해설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집안 시내의 아파트촌에 둘러싸인 석성인 국내성이나 환도산성의 적석총들, 마선하지구의 고묘들은 방치되고 있다. 도시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쌓이고, 농민들은 적석총 여기저기서 돌을 빼다가 자신의 집 돌담을 만든다. 동북공정과 고구려유적의 현실은 저 먼 모순의 간극 속에 놓여있다. 올해 2015년은 고구려 최전성기를 누린 광개토왕비가 세워진지 1601년이 된다. 장구한 세월과 자연의 풍화에도 견디던 거대한 돌들은 인간의 욕심 앞에서 더 빨리 허물어지고 있다.
사진 글 이상엽/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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