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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6 |봄 편지 |이문재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6


봄 편지

이문재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 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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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착한 봄 편지 함께 읽어볼까요. 문득 바라본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습니다. 봄비의 흔적이지요. 그 순간 “연한초록/잠깐 당신을 생각”하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 ‘자연(自然)’이라는 말 참 좋지요. 스스로 그러하다니요! 꽃잎과 이파리는 저렇게 잘 헤어지는데, 사람의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한 노시인은 헤어지는 일이라고 답했다지요. 그런가하면 이문재 시인은 적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놀랍도록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지금 여기가 맨 앞』, 시인의 말) 어쩌면 새로운 의미란 사람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저만치 라일락 향기가 세상을 일순 환하게 물들입니다. 그럼에도 애도(哀悼), 슬픔은 저 혼자 생생합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멀리 있던 것들이/어느새 가까이 와 있”는 나날입니다. 만나본 적 없는 누군가의 슬픔이 가까이 와 있는 봄날. 내 오른켠을 살피는 마음으로,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길 바라며 믿으며.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