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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0 |흰색과 본홍의 차이 |송재학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0


흰색과 분홍의 차이

송재학



겨울 노루귀 안에 몇 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음을 아는지 흰색은 햇빛을 따라간 질서이지만 그 무채색마저 분홍과의 망설임에 속한다 분홍은 흰색을 벗어나려는 격렬함이다 노루귀는 흰 꽃잎에 무거운 추를 달았던 것, 분홍이 아니라도 무엇인가 노루귀를 건드렸다면 노루귀는 몇 세대를 거듭해서 다른 꽃을 피웠을 것이다 더욱이 분홍이라니! 분홍은 병(病)의 깊이, 분홍은 육체가 생기기 시작한 겨울숲이 울고 있는 흔적, 분홍은 또다른 감각에 도달하고픈 노루귀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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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꽃이 핀 후에 잎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꽃말은 믿음. 시인은 노루귀를 통해 흰색과 분홍에 대한 믿음을 전하고 있어요. 시인의 산문「사물은 보여 지거나 만져지거나 냄새를 통해 나와 비슷해진다」에서 발견한 문장들 입니다. “내가 노루귀란 봄꽃을 노래했을 때 흰색과 분홍의 차이는 내 감각이 따라간 색의 높낮이다. (…) 내가 가진 식물학적 상상력으로 꽃은 상처이다. 땅 아래 뿌리를 둔 生이라고 모두 꽃을 피우지 않는다. (…) 잎보다 먼저 올라오는 그 작은 꽃에게 상처를 발견하는 것은 가혹하다. 아직 잔설과 손돌이추위가 군데군데 머물고 있는 봄산에서 노루귀의 희거나 분홍색 꽃은 생을 다시 시작하고픈 사람의 이미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루귀의 흰색과 분홍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지요. 저만치 겨울숲이 우는 사이, 금세 도착할 것 같은 봄의 입김을 바라보며.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