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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1 |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이성복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1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이성복


나는 영혼에 육신을 입히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너무 사랑했다.
-세르게이 예세닌, 「우리는 지금」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조금만 실수해도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 “아 미치겠네” 중얼거리는 아이, 별 것 아닌 일에 ‘애들이 나 보면 가만 안 두겠지?’ 걱정하는 아이, 좀처럼 웃지 않는 아이, 좀처럼 안 웃어도 피곤한 기색이면 내 옆에 와 앉아도 주는 아이, 좀처럼 기 안 죽고 주눅 안 드는 아이, 제 마음에 안 들면 아무나 박아 버려도 제 할 일 칼같이 하는 아이, 조금은 썰렁하고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힘든, 힘든 그런 아이들. 아, 저 아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내 품에 안겨들면 나는 휘청이며 너울거리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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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라는 말 참 좋지요. 그 어떤 말보다 투명한 말인 것 같습니다. 실수가 아닌 잘못, 잘못이 아닌 죄를 짓고도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 그들. 그들과는 달리 작은 실수도 표가 나는 아이들은 그만큼 투명한 마음을 갖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도 걱정과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소중한 사람 곁에 와 가만히 앉아있을 줄도 아는 아이, 기특하지요. 생각처럼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조금 썰렁한, 삐딱한, 힘든 아이들이지만 충만한 생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함께 하는 것만으로 하나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인은 한 산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기기도 했지요. “모든 형체는 은유의 조명을 받아 의미를 갖게 되며,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모르는 숲 속에서 저 혼자 쓰러지는 나무와 같을 것이다.” 아이를 품에 안으면 얼마나 좋은지 휘청이는 어른의 몸과 마음입니다. 너울거림 가득한 큰 나무가 되는 길, 멀리서 가까이서 포옹.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