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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물

여름휴가 특집 - 어떤 여행을 꿈꾸시나요?

막오른 여름휴가… 이미상 시인의 여행이야기

<여행자를 위한 제언>

어떤 여행을 꿈꾸시나요?



   
▲ 이미상 시인
딸과 함께 3개월 서유럽을 다녀온 후에 많은 이들이 내게 묻는다. “다른 가족은? 남편은? 여행경비는?” 그에 대한 답을 해주면 “근데 나는 영어를 잘 못해서.......” 한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로 우리는 여행을 못한다. 나또한 (이미 책에서 말했듯) 딸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평생 벼르기만 했을 것이다.

사춘기의 자녀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나는“모든 학원을 쉬고 여행을 떠나라” 권한다. 여행사를 통해 떠나는 패키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편히 재워주고 먹여주고 인솔자가 있는 여행은 삶의 깨달음과 변화를 주지 못한다.

간혹 “돈이 있으니까 여행 했겠지” 하는 이들도 있다. 당연히 돈 없으면 여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떻게 여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소유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여행을 떠나면 삶에서 불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왜 짐이 가벼워야하는지. 자식의 짐을 대신 들어줄 수도 없다. 제몫의 짐을 스스로 끌고 가야한다. 우리는 ‘꽃보다 할배’처럼 짐꾼을 데리고 다닐 수 없다.

열일곱 살의 딸과 나는 젊은이들과 함께 남녀혼숙 도미토리에서 잤다. 야영장 텐트에서도 지냈다. 부엌이 있는 숙소에서는 밥을 해먹었다. 점심은 샌드위치 하나를 반씩 나눠 먹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적은 단 한 번뿐이었다. “이 나이에 왜 그런 여행을 해?” 하는 이들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보폭에 맞는 속도로 삶을 끌고 가야 하듯 여행도 그렇다. 나는 예술가의 꿈을 가진 딸과 함께 미술관이 있는 도시를 찾아다녔다. 호텔이 아니어도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충분했다.

청소년시기가 힘든 것은 잠재적인 무수한 자아들을 죽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자아만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내 딸은 이런 시간을 못 견디고 중학교를 자퇴했다. 우리는 어디서든 새로운 풍경을 만나면 자신의 낯선 모습과 마주친다. 내 안에 내가 몰랐던 무수한 잠재성이 튀어나온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말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이들은 여행 후에 반드시 달라진다. 딸아이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법을 찾아냈다. 자존감을 갖게 되었고 건강해졌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나만의 여행 팁 하나를 공개한다. ‘모든 신용카드의 포인트 적립을 항공 마일리지로 통일’ 하는 것이다. 카드회사에 전화해서 “내 카드의 포인트 적립을 항공마일리지로 해 주세요” 한마디만 하면 된다. 나는 이렇게 몇 년 모은 통합 마일리지로 지난겨울 45일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항공편만 해결되면 현지에서의 여행경비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영어 때문에 겁먹을 필요도 없다. 유럽인들도 영어를 잘 못한다. 떠나보면 언어만이 의사소통의 전부가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반면 왜 영어가 중요한지도 깨닫게 될 것이다.

딸아이는 여행일기에 이렇게 썼다. “열일곱 살은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이다!” 그러나 열일곱도, 마흔 일곱도, 쉰일곱도....... 모두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이다. 꿈만 꾸지 말고 과감히 떠나자. <시인>


   
▲산티아고 피니스테레에서
□이미상은 2007년 계간『불교문예』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여행 산문집『어디든 멀리 가고 싶은 너에게』를 냈고, 현재 용인과 성남 분당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동화 읽기’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