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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쓰는 편지 15 |물속의 나는 울지 않습니까 |유병록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5

물속의 나는 울지 않습니까

유병록


울음이 태어나는 곳, 물속의 생이 걷는 법을 배우는 곳, 발자국이 생기고 후회가 생기는 곳에서

저 사내는 몸을 휘감던 바람을 떠올리고 있을까 허공으로 달아나던 물기를 기억하려 애쓰는 중일까

무릎을 내려놓고 실패한 걸음을 번복하려는 듯, 말을 내려놓고 울음을 내려놓고 모두 없던 일로 되돌리려는 듯
수평선을 바라보는데

여기는 천천히 무너져온 해안선, 육지가 끝나고 바다도 끝나는 곳, 파도치는 심연

(……)

거기 물속의 나는 울지 않습니까
다시는 물 밖의 생을 꿈꾸지 않기로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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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나는 울지 않습니까, 라는 제목은 의문문. 화자가 청자에게 질문을 하여 그 해답을 요구하는 문장이지요. 해답은 들려오지 않고 우리의 의문만 짙어져 갑니다. 모든 “울음이 태어나는 곳” 그곳은 “물속의 생이 걷는 법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요. 누군가 최초의 “발자국이 생기고”, 최후의 “후회가 생기는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습니다. 그 뒷모습에 쓰여 있는 긴 역사. 내내 “말을 내려놓고 울음을 내려놓고 모두 없던 일로 되돌리려는 듯/수평선을 바라”볼 뿐 다른 도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우리는 “천천히 무너져온 해안선, 육지가 끝나고 바다도 끝나는 곳, 파도치는 심연”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음의 문장을 답습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나는 안다, 나의 애도가 엉망이 되리라는 걸.”(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중에서) 똑바로 마주하기, 지금 우리의 최선은 이 세상과 대면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차마 “거기 물속의 나는 울지 않습니까” 묻지 못하고 있는데, “다시는 물 밖의 생을 꿈꾸지 않기로 했습니까” 마지막으로 묻고 있는데.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