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0
좋은 풍경
이시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강화유스호스텔 마당 한켠, 함민복 시인이 먼 곳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먹이려고 삼을 넣은 닭백숙 두 마리를 해 왔다. 제주에서 올라온 김수열 시인이 그것을 뜯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안, 나무 그늘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그는 저무는 하늘을 향해 선한 미소만 실실 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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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좋은 풍경’이 담긴 시 입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시적 순간은 ‘어스름’의 때인 것 같아요. 그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강화유스호스텔 마당 한켠”에서의 한 때입니다. “함민복 시인이 먼 곳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먹이려고 삼을 넣은 닭백숙 두 마리를 해 왔”네요. 잘 알려져 있듯, 충청도 출신인 함민복 시인은 벌써 오래전 강화도로 건너와 닻을 내렸답니다. 그곳에서 아내와 꾸려가는 작은 인삼 가게, 오늘의 닭백숙 한 그릇에는 한 시절이 담겨있겠지요. 그는 “주민등록등본 내 이름 밑에/당신 이름 있다고 신기해 들여다보던/밤이면 돌아와 인삼처럼 가지런히/내 옆에 눕는/당신은 누구십니까”(함민복,「당신은 누구십니까」에서) 묻기도 하네요. 다시 풍경 속으로 돌아오면, 이름도 눈물겨운 문우들이 “그것을 뜯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동안” 배후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나무 그늘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그는 저무는 하늘을 향해 선한 미소만 실실 흘리”고 있어요. “선한 미소”가 빚어내는 ‘좋은 풍경’에 동참하는 일. 어떤 수사도 필요 없는 그 풍경 속으로.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