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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문단속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32

문단속


조용숙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까지
입원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밤에 건넛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잘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가든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 쓰겄다
제삿날 받아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있는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로 보였다


아무리 문을 잠그고 몸을 잠그고 마음을 잠근다 해도 죽음은 찾아온다. 도둑과 같이 찾아온 죽음은 어린 아이의 몸속에 뱀처럼 꽈리를 틀고 들어앉아 이십년이고 칠십년이고 견디며 녹슨 문고리가 부서지고 노쇠한 몸이 늘어지고 쇠잔한 마음이 한없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대문 없는 집이라고 세월이 비껴가진 않겠지만, 자물쇠에 의지하는 것보다야 사람에게 의지하는 편이 훨씬 든든하다는 것을 죽음도 안다. 공원묘지를 보라, 죽음들마저 서로 곁을 주고 의지하며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견디고 있지 않은가. 나이 마흔이 넘었으면 인생이 반타작이요, 칠십이 넘었으면 죽음이 목전이다. 자물쇠로 피는 꽃을 잠글 수 있으랴, 가는 세월 못 가게 붙잡을 수 있으랴. 부질없는 욕망이야말로 자물쇠로 굳게 잠그고 열쇠를 꿀꺽 삼켜버리자. 육신이 녹아 사라지기 전에는 아예 욕망의 열쇠를 꺼낼 수 없도록.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