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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물

울림을 주는 시 - 130

울림을 주는 시 - 130


비감

김만옥


두어 송이 무거운 구름을 이고
낡은 금관악기가 걸어 들어오는
구겨진 마당에서 우리들의 빨래는
마르지 않고 아직 축축해 있다
낡기는 하나 낡아서 더 잘 우는
아주머니 아주머니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 그 구멍이
마치 목숨의 허실인 듯
아픔을 우는 아주머니 아주머니
발이 미끄러운 검정 고무신의
그대는 동전의 바깥쪽을 걸어가고
우리들 빨래는 그 안쪽에서
마르지 않고 늘 축축해 있다








김만옥, 스물아홉 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인. 완도군 여서도와 노모, 그리고 아내와 딸 셋이 남겨졌으니, 아마도 시인은 전생의 못 다한 형벌을 살다 가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벌써 30년 전 일이니, 노모는 설운 아들을 이미 만났을 것이고, 딸들은 아비의 나이보다 몇 살 더 들었을 것이다. 시인의 선택을 욕할 순 있으나, 그의 시와 영혼을 탓할 순 없을 것이다. 남쪽 바다 섬 안에 갇혀 살던 시인보다도 내 안에 갇혀 사는 사람들의 영혼이 더욱 핍진해 보이는 날들이다. 답답하거든 시를 읽자. 돈은 천 년은커녕 몇 십 년을 이어가지 못하지만, 시는 천 년을 너끈히 버티고도 살아남아 있지 않은가.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