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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못하는 딸, 통합교육 기회…얼굴가득 미소

고마워요! 시립수지어린이집

 

   
▲ 하루하루 밝고 건강해지는 아이보며

 

처음 쌍둥이 임신임을 알았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조산 위험으로 두 달여를 꼼짝없이 입원해 낳은 아들 녀석은 인큐베이터에서 70일을, 딸아이는 심장과 안과수술 등 몇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겨 백일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모든 게 잘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치의는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고, 심한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의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검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 장애비장애아 공존의 교육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에도 두세 군데에서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치료효과는 생각처럼 쉽게 나타나지 않았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7살이 된 후 집 주위의 수많은 유치원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장애를 가진 우리 딸에게는 턱 없이 높은 문턱이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수원의 한 유치원에서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유아 4명이 한 반을 이룬다고 하여 입학을 시켰습니다. 그제서야 제 딸아이에게도 친구가 생긴 것입니다. 유치원에서는 가끔 비 장애 또래 아이들과 통합수업이 있었는데 아이는 그 시간을 많이 기다리고 좋아했습니다. 엄마의 욕심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길 원했지만 그저 바람일 뿐 아쉬움만 남기고 졸업을 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에 가야했지만, 재활의학과 선생님께서 다리근육을 늘려주는 수술과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려 결국 입학을 포기하고 유예를 결정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재입학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린이집을 알아보던 중 시립수지어린이집(원장 전수경)에서 완전통합교육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원서를 접수 했습니다.

 

   
▲ 사랑으로 감싸준 친구선생님께 감사
유치원과는 달리 하루 종일 완전통합교육이었습니다. 비 장애 유아 20명에 보육교사 1명, 장애 유아 3명에 특수교사 1명이 배치되는 보육환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3명만 입학 할 수 있고, 대기 중인 아이들이 너무 많아 합격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복을 받았는지 합격통지를 받았고,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한편으로는 처음 또래 아이들과 지내게 될 아이를 보면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아이도 긴장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낯선 모습에 어색해하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되었고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 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 편견의 벽 허물고 배려와 존중
장애인이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비 장애 아이들 속에서 이방인이 아닌 같은 구성원으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으며 즐거움을 느겼던 것입니다. 아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니 재활치료도 두 세배의 효과를 보였습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비관하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딸아이는 점점 밝은 모습으로 변해갔고,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생활 속에서 “내가 일어서니까 친구가 박수쳐 줬어”, “엄마 친구 00는 내가 빨리 걸을 수 있게 기도 했데”, “내 단짝 친구는 00야”, “엄마 나 오늘 00하고 00가 손잡아줘서 열발자국 걸었어! 땀이 나고 많이 힘들었지만 나 열심히 연습 할꺼야”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동안 열심히 치료만 받으면 되는 줄 알고 이리저리 치료실로만 끌고 다녔던 일이 얼마나 미련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아이가 혼자 일어서고, 걸으려는 의지가 생기고, 강해졌으며 그 동안 치료기관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현이가 이런 의지로 노력해 준다면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겠는데요” 라는 원장 선생님 말씀에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우리 딸아이에게 큰 희망을 그리고 세상에 두려움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 시립수지어린이집 ‘지혜로운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우리 딸! 아이는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 했습니다.

엄마는 또다시 걱정과 불안이 시작되지만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며 안정된 모습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통합교육을 통해 배우고 익힌 모든 것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두려움 없이 다가 갈 수 있게 하고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 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였습니다. 나와 다르지만 친구로 생각하고 함께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편견과 동정의 마음을 가졌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 딸은 기회가 되어 통합교육에서 많은 것을 얻었지만, 아직도 많은 장애 아이들이 갈 곳을 찾아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장애를 가진 모든 아이들이 통합교육을 통해 행복해 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시립수지어린이집 졸업생 권나현 엄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