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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교육

즐거운 학교 비법…"교장도 아이가 돼야 해요"

이동면 송전초등학교 권점호 교장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한다....방학 중에도 학교는 시끌벅적 놀이 중

외발자전거 널뛰기 투호...올해부터 2교시 후 30분 중간놀이 계획



   

“하늘아, 희수야 너희가 한번 뛰어봐.”
권점호 송전초등학교 교장은 14일 오후 송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들어서서 마치 친구처럼 아이들 이름을 부른다.

손하늘(송전초6)양은 새처럼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윗 공기를 마시니 새로워요.” 상쾌한 호흡을 가다듬는 하늘양은 천연스럽다. 조금도 무서운 기색이 없다.

“스릴이 넘쳐요.” 역시 하늘이와 함께 널뛰기 한 김희수(송전초 6)양도 체육관 천정에라도 달 듯 날아올랐다. 물론 두 아이 모두 처음에는 무서웠단다. “졸업해도 놀러와야죠.”

조금 있더니 권 교장도 하늘로 향했다. “교장도 아이가 돼야 해요.”

지난해 9월 공모제 교장으로 공개경쟁을 통해 송전초등학교에 부임한 권교장은 그가 평생 교육 현장에 몸담아 오면서 꼭 이루고 싶었던 소중한 꿈들을 송전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쏟아 붓고 있다. 잘 노는 아이들, 자연을 사랑하고 느낄 줄 아는 아이들.
“공부는 어떻게 하라고”하며 걱정하는 부모들도 간혹 있지만 “잘 노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는 신념으로 학교 곳곳에 놀거리를 준비해 방학중인데도 평소처럼 체육관이 성황이다.

운동장에 있던 널뛰기를 추위 때문에 체육관 안으로 하나 옮겨왔더니 아이들이 널뛰느라 정신없다. 권 교장은 하나에 수십만원씩 하는 널뛰기를 구입하지 않고 버려진 나무 등을 재활용해 다섯 개나 만들었다.

   

널뛰는 아이들 옆으로 체육관 마루 바닥을 누비며 외발자전거를 타는 20여명의 어린이들을 비롯해 농구하는 아이들, 공놀이 하는 아이들 등 체육관이 붐빈다.

체육관 안에는 팽이 바구니와 제기 바구니도 있다. 팽이채도 가득하다. 팽이채는 권 교장이 화분대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체육관 입구 복도에 마련돼 있는 투호통에서 아이들이 놀이에 한창이다. 투호통과 막대기도 권 교장이 만들었다. 그 옆에는 한무더기 어린이들이 스피드컵에 열중이다. 방학중에 이런 신기한 학교가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송전초등학교의 주요 특색은 사실 외발자전거 타기다.

권 교장은 부임하면서 곧 외발자전거를 보급했다. 93년 일본 오사카 방문 중 초등학생들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처음 봤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
“아, 이렇게 운동들을 하고 있었구나 감탄했죠. 일본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외발자전거를 가르쳐요. 대회도 수십개에요. 우리나라도 최근에 실시하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상체와 허리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다보면 바른 자세를 만들어 척추를 바로잡아주고 두뇌 발달과 지적 능력도 향상 시켜주기 때문에 외발자전거를 보통 머리 좋아지는 스포츠로 부른다.

외발자전거는 위대영 영어 전담교사가 담당하는데, 그도 외발자전거를 처음 배워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평소 학기 중엔 수업전인 오전 8시부터 아이들이 나와 연습한다.

처음엔 10여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20여명이 탄다.
“무엇보다 외발타기는 도전정신을 길러줍니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낀 아이들이 다른 것에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주죠. 널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학 중에 외발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나와서 타라고 안내장을 나눠줬더니 체육관이 아이들로 붐빈다. 위 교사가 올라타는 법 등을 가르쳐 주면 처음에는 무서워하다가 4~5일 만에 금방 내달린다. 체육관 마루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싱싱 외발 탄 아이들이 신나게 체육관을 누빈다.

임기 4년의 공모제 교장인 권점호 교장은 두 개의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놀이와 운동을 통한 즐겁고 재미있는 학교가 그 첫 번째요,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가 그 두 번째다. 지식과 암기 위주의 기존 교육과 달리 이 두가지가 실현되면 자동으로 어린이들의 지적 능력이 향상되고 바른 인성이 갖춰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석학들의 논문이나 영재 부모들의 경험담이 아니어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놀게 해주고 싶어 한다. 창의성과 사회성, 자연교감능력, 신체능력, 인간관계 등이 고루 발달하기 때문이다. 원삼면 두창분교가 본교로 승격한 것은 자연친화적이고 창의적으로 잘 놀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권 교장은 처음 부임하자마자 아침에 전교생으로 하여금 굴렁쇠를 굴리게 했다. 물론 굴렁쇠 손잡이는 직접 만들었다. 운동장에 개인 줄넘기와 단체용 줄넘기도 상시 걸어놓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놀게 했더니 전국수준이 됐다. 음악줄넘기 대회 1등, 단체줄넘기 3등의 수상을 했다. 올해부터는 2교시 후 30분 동안 중간놀이 시간을 마련해 전교생이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게 할 계획이다.

“운동량이 많지요. 사시사철 아무 때나 큰 부담 없이 함께 어울리다보면 패배와 승리를 느끼는 가운데 건전하게 자라나지요. 잘 어울려 소외감 없고, 놀이 속에서 자아가 형성됩니다.”

권 교장은 대화도중 냉장고에서 서류봉투를 꺼내온다. 봉투안에 꽃이며 채소 등 지난 한해 전국에서 수집해온 67가지의 각종 식물 씨앗이 가득 담긴 편지봉투가 담겨있다. 다른 냉장고에도 보관된 씨앗들이 많단다. 올 봄에 심을 계획인데, 요즘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씨앗을 어디 심고 어떻게 배치하면 잘 자랄까를 고민 중이다.

학교 옆 공터 실습지를 활용해 꽃을 가꾸고 농사 체험도 하게 할 계획이다. 330명 전교생이 모두 자기 식물을 기르게 해서 4계절 꽃피는 학교를 만들고, 나의 과일나무 가꾸기도 할 계획이다.

학교 2층 공터에 연못도 만들 계획이다. 운동장 화단에 망을 치고 토끼도 키울 계획이다.

   
송전초에서 원래 운영중이던 몸짱 악기짱 등 일인자를 가리는 솔밭기네스제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도록 학생위원회를 조직시킬 계획이다. 일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소개하기 벅차다.

늘 궁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권점호 교장. 사실 그는 교육관련 발명가이기도 해서 전국대회 장관상도 두 번이나 탔다. 모든 교육을 학생들이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연구하다보니 수상했다고 한다.
“저는 시골에서 자란 게 너무 행복했어요. 나의 자랑스런 경험을 어린이들에게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도 소중한 기억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4년 동안 계획대로 될지 자신은 없지만 저는 한다면 열심히 하는 타입이에요. 강남 분당 아이들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뭐냐 생각할 때 영어, 논술 경쟁보다 애들이 신체 경험, 자연체험, 인간관계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송전교육을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