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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교육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두란노 아버지 학교, 3000여 회, 20만 여명 수료

탐방 // 신갈농협  ‘제3회 열린 아버지학교’개최

교도소 등 아버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왜 굳이 아버지학교에 가라고 하는거야. 난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데…. 그런데 오늘 이 순간부터 달라질 겁니다. 달라지셔야 합니다.”

지난 11일 토요일 오후, 햇볕 좋은 주말 산과 들로 놀러나가기 바쁠 때 신갈농협 강당에 50여명의 아버지들이 모였다.

신갈농협에서 열린 아버지 학교. 신입생과 봉사자 모두 아버지들이다.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선배 봉사자들의 통기타 반주에 맞춰 가벼운 가요를 따라 부르면서 한동안 마음 풀기를 하는 신입생 아버지들.

앞치마를 두른 봉사자들이 아버지 학교에 입학한 후배들을 위해 테이블마다 차를 나르고, 다과를 날라다 준다. 선후배의 정이 흐르는 따뜻한 현장.

김종기 신갈농협 조합장은 아버지 학교 선배 자격으로 이날 아버지 학교를 찾은 신입생들에게 “아내 혹은 가족에 의해 강제로 입학했건, 자발적으로 신청했건, 오늘 이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질 것이고, 또한 달라져달라”고 주문했다.

아버지 학교는 두란노 아버지학교로 시작돼 현재는 종교 차원을 떠나 열린 아버지학교로도 진행되고 있다.

바쁜 아버지들이 잠시 쉬어가면서 그동안 부족한 아버지는 아니었는지, 나쁜 아버지는 아니었는지를 뒤돌아보며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는 시간.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지금까지 3302회째 진행되면서 20만 여명의 수료자를 냈다. 아버지 학교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켜 이제는 국민적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해외 아버지학교까지 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 아버지 학교를 비롯해 노숙자, 장애인, 관공서, 군부대 등 아버지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아버지, 이제 제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

신갈농협은 올해로 3회째 아버지학교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아버지학교는 11일부터 7월 9일까지 매주 토요일 5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나는 그동안 어떤 남편, 아버지였나. 꿈꾸어왔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과연 우리 아빠요라고 말할까,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래요 라고 할까,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 할래요 라고 할 수 있는 남편인가.”

울고 웃으면서 5주간의 프로그램에 임하다보면 이혼 위기에 처했던 가정에 다시 사랑이 찾아오고 가족 사이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아빠들도 다정한 친구 같은 남편 혹은 아빠로 거듭나게 된다.

   

삶의 고백 시간, 한 선배 봉사자가 후배들 앞에 나와 고백을 한다.
“기억속의 아버지는 늘 술 취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때렸습니다. 어린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이 가족의 행복이라고 여기며 자랐습니다. 아버지 같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나는 어느새 어른이 돼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의 아버지로 살고 있었습니다. 가부장적 권위로 군림하면서 가족을 매로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봉사자는 아버지 학교에 나오고 나서야 아버지를 되물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아버지한테 편지 쓰는 시간이 주어졌다. 돌아가셨을 때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는 “아버지 사랑해요”라며 흐느꼈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한 후 그는 자신이 나쁜 아버지였음을 회개하면서 다정한 아버지로 거듭났다.

그는 혹시라도 그 마음을 잃을까 봉사자로 나서서 늘 사랑하는 마음이 깨어있게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고백을 들으면서 자리에 함께한 신입생 아버지들은 혹 자신들의 아버지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음을 연다. 우리 아버지들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교육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준비 안 된 채 아버지가 됐다. 무면허 운전수처럼 좌충우돌하면서 무지함의 댓가를 치르고 살고 있는 아버지들.

진행을 맡은 봉사자 선재규씨는 “아버지 학교는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만 낳으면 부모가 아닙니다. 부모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듯 나는 자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됩니다. 또한 부모이기 앞서 부부로서 어떤 남편이어야 하는가를 배우게 됩니다. 아내를 참가시켜 세족식을 할 때는 눈물바다가 됩니다.”

이날 ‘아버지의 영향력’이라는 주제로 봉사자인 이해달씨의 강의도 있었다.
그는 “내가 내 가문의 첫 출발점으로 명품 가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기를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가 돼 주길” 주문했다. 아버지에게 받았던 좋은 점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우직한 사랑을,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을 강조했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실패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정의 소중함, 아버지의 거룩한 사명, 남편의 책임을 깨닫는 길이 행복한 가정의 시작.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구호와 함께 3시간여의 숙연한 첫 시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