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지역 내 단일 택지개발지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기흥구 동백지구 내 백현마을 인근 상가. 이곳 상업지역은 동백지구 내 중심상업지역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인근에 초‧중‧고교와 10여 곳의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대로변 상가건물 곳곳에 ‘임대인 모집’ 현수막이 붙어있다. 지난해 말부터 1층 상가 조차 하나씩 공실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다섯곳까지 증가했다.
최근 새로 창업한 곱창집이 생겼지만, 주변 공실 상가는 여전히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폐업자 수가 90만 명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승곡선 위에 있는 것이다.
또 연 매출 5000만 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 비중은 2019년 28.1%에서 지난해 37.8%로 늘은 반면 연 매출 2억 5000만 원 이상을 올리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25.2%에서 18.4%로 줄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노동생산성 역시 숙박·음식업 등 서비스업은 1인당 2740만 원, 도소매업은 6260만 원에 그쳤다. 제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1억 5280만 원에 달한 것과 큰 차이다.
올해 6월에도 한 달 폐업 사업자도 6만7000명에 달했다. 내수 침체 누적 탓에 자영업 위기가 심각한 것이다.
정부가 상권 차별화와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소상공인의 영세성과 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선 생계 현장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원인으로 생업의 현장이 오히려 빚만 늘어나는 개미지옥이 됐기 때문이다.
△ 7월 폐업자 수 도내 4위
국세청이 발표한 경제지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용인지역에서 폐업한 사업자는 1521곳이다. 이는 고양시(1560곳)와 수원시(1534곳), 화성시(1525곳)에 이어 경기도 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7월 용인지역 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법인사업체 104곳이 문을 닫았고, 개인사업자 1417명이 생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흥구의 경우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730곳의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문을 닫았고, 처인구도 437곳의 사업자가 폐업했다. 수지구는 354곳이 사라졌다.
숫자상으로 보면 인구가 가장 많은 기흥구의 폐업 수가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처인구 지역 인구수는 28만 4000여 명으로, 인구 43만 4600여 명의 기흥구에 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처인구 지역 경제 상황이 용인지역 3개 구 중 가장 힘들다는 방증인 셈이다.
△ 처인구, 자영업 밀도 가장 ‘높아’
신규 사업자 증가 추세도 처인구 지역 경제상황으로서는 좋지 않은 상태다. 7월 한달 간 용인지역의 신규 사업자 등록 건수는 2597건으로 폐업자 수보다는 많은 상황이다.
기흥구가 890곳으로 가장 많았고, 수지구 877곳, 처인구 830곳 순이다. 이중 법인사업체는 기흥구 127곳, 수지구 108곳, 처인구 69곳이다. 즉, 처인구 지역 내 개인사업자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실제 7월 말 현재 용인지역 내 전체 사업자 수는 21만 2751곳이다. 이 중 법인사업자를 제외한 개인사업자 수는 17만 5787명이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기흥구가 7만 1408명으로 가장 많고, 처인구가 5만 6198명으로 뒤를 이었다. 수지구 지역 개인사업자는 4만 8181명으로 집계됐다. 법인사업체 역시 기흥구가 1만 8257곳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 소비 쿠폰 ‘반짝’ … 중장기 부양책 ‘절실’
지역 내 개인사업자들은 그나마 소비쿠폰 등 정부의 민간 지원사업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지급된 1차 소비 쿠폰 이후 매출이 올랐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 중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보니 소비쿠폰과 명절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
기흥구에서 소매점을 하는 A씨는 “정부의 1차 소비쿠폰 영향으로 8월 한 달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조만간 시작되는 2차 소비 쿠폰과 추석 연휴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4조 7000억 원 규모의 2차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이번에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이다.
여기에 상생페이백(9~11월 카드 사용 증가분 20% 환급, 월 최대 10만원·총 30만원 한도), 숙박쿠폰·스포츠쿠폰 등도 함께 추진한다.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역대 최대 43조2000억 원의 자금과 서민금융 1145억 원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사업의 경우 단기 부양책이다 보니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전망이다.
A씨는 “단골이던 손님들도 다들 죽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국가나 지역경제 모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 보니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생업을 생각하면 (폐업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흥구 동백지구 내 백현마을 인근 대로변 상가 곳곳에 붙여진 임대인 모집 안내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