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이재무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 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 없이 열매 맺히는 무화과
이 세상에는 꽃 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아들이 많다
이재무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3년에 시단에 나왔다. 「무화과」는 속꽃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꽃 없이 열매 맺는 과일로 보인다. 그 무화과를 먹다가 시인은 까닭 없이 울컥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니다. 까닭이 없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무화과와 같은 군상들이 얼마나 많은가. 꽃 시절 없이 어른으로 살아온 아들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아들들 속에 시인 자신도 있는 것이다. 시작시인선 409 『즐거운 소란』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