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의 활약으로 마치 다저스가 내 팀이라도 된 양, 아침이면 경기 승패와 그의 동향을 살펴보게 된다. 경기 결과와 외신들의 평가, 동료들과의 짖궂은 장난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사를 보는 일은 하루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잘 던지고도 타선의 도움이 없어 승수를 못 올렸을 때, 선수 탓 안하고 본인 실수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화에 있었을 때의 그 진한 경험들이 더욱 긍정적이고 팀원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만든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며 류현진, 유리베, 푸이그 화이팅!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계속 됐다. 그간 더욱 덥게 만드는 일이 있었지만 쌍무지개를 본 그 때를 생각한다. 차가운 비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지개는 저만치 극적으로 걸려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며 견디라고 내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 안작가 아빠. 엄마랑 아빠랑 안싸우고 아빠 술 안먹구 일찍 들어왔음 좋겠다. 아빠 요즘 힘든거 알아. 하지만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어. 나도 잘 할테니까 아빠 다음에 여기 꼭 같이 오자. 알았지. 아빠 사랑해!
▲ 안작가 큰애가 오래 전부터 샌드백을 사달라 했다. 요즘 같은 반 아이가 자기를 우습게보고 계속 심기를 건드린다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 흠씬 패주고 싶단다. 화풀이 하듯 샌드백을 가격한다. 그동안 아이들을 때려 학교 교무실에도 어지간히 다녔다. 엄마와 나는 절대 안된다고, 부탁이라고 매달렸다. 몇 아이의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든 전력도 떠올렸고, 학교폭력에 민감한 현 상황과 감당해야할 치료비에 대해 조금 과장되게도 이야기 해주었다. 잠자코 듣더니 기특하게도 알았다고 참아보겠다고 한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고 아이에게는 이야기하지만, 왜 무조건 참아야 하는지 그것은 나도 잘 알 수가 없었다.
▲ 안작가 담 안으로 들어온 푸른 보리수 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매는 모여 있다 뒷꿈치를 들어 높이 있는 가지를 내려 보리수열매를 딴다 하나 둘 셋 달콤하기도 떫기도 시큼한 그래 모든 열매는 달지만은 않지 어느 날 보리수나무 밑에서 한참동안 먹고는 한참 혼나고 입 근처가 붉어져 집에 왔었다 빛에 반짝이는 잎 그리고 붉게 반짝이는 열매 내 눈이 부시면서 어느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을지면옥. 입구부터 이북 풍경과 지도가 벽에 걸려져 있었다. 남루하고 창백한 벽은 북쪽 어느 식당을 떠올리기에 적합했다. 기다리며 혼자 맞은편에 앉아서 소주와 냉면을 드시는 노신사를 보았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조용히 냉면을 드시는 모습에서 분단이라는 이 답답한 현 상황과, 냉면을 드시며 떠올릴 그 추억들과, 이제 많이 남지 않은 그의 생이 자꾸만 떠올랐다.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본다 오늘도 힘든 하루의 눈으로 물고기를 본다 밀려있는 일들, 맘대로 되지 않는 감정들 그 사이로 물고기를 본다 방울의 산소를 마시며 유사암초들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는 지금 그곳이 한 세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나의 지친 눈빛을 이해하고 물 바깥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며 사각 네모난 유리방에서 견뎌 내는 걸까 나 또한 이 세상 바깥에 분명 다른 세상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저 물고기가 아닐까 알며 사는게 좋은지 모르며 그 삶이 전부라 생각하며 사는게 좋은지 어떤게 건강에 좋은지 생각하다 돌뿌리에 걸려 자빠질뻔했다
▲ 안작가 푸른 바다에서 노닐던 오징 푸른 물차에 실려 용인까지 온 오징 내 몸값이 이천오백원은 너무 싼거 아닌가요 아프게 썰지 말아주세요 샤넬 5번 초장으로 발라주세요 내 몸은 소중하니까 예 뭐니 왜 울어 손님 바꿔주세요 손님 바꿔 달라니까요
밤에 상추를 보았다 부쩍 자란 상추를 보다 슬픈 생각이 들었다 자란만큼 내일이면 식탁 위에 놓여질텐데 그것도 모르고 힘껏 광고판 형광등불빛을 받으며 더 꼿꼿하게 빛을 내며 제 몸을 키우는데 꿈을 키우고 열심히 일했는데 언제 그랬냐는듯 해고한 어떤 풍경이 떠올랐다 상추는 밤에 보는게 아니었다
▲ 안작가 종업원과 가게 역사가 함께 가는 가게. 이런 가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분들은 왠지 우리 가족사를 알 것만 같다. '아버지 건강은 많이 나아지셨니' 좋은 것을 살짝 귀뜸 해주시며 '모자란 돈은 내일 가져오렴' 하고 하실 것만 같다. 나이가 들어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멀리 지중해가 보였다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소년은 본체만체 핸드폰을 열심히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마를 것 같은 푸른잎 나의 청춘이 울컥 떠올랐다 벽은 거울 되어 눈부시게 비추고 오후의 지중해는 더욱 푸르게 짙어가는데 그냥 알수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120여년 동안 짓고 있는 성가족성당이다. 오로지 기부금과 입장료 수입으로만 짓는 성당은 가우디 자신도 언제 완공될지는 하느님만 아실거라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의미와 혼, 작품을 만들겠다는 철저한 장인정신, 그리고 본인 스스로 완성을 못하더라도 다음사람에 대한 인계와 인정, 그리고 자신이 한 업적에서 내려놓는 마음들은 내게 충격과 깊은 감동을 주었다.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다하려하고 부실공사에 스스로 생색까지 내려는 우리네 모습과 너무 달라 보고 있는 내내 부끄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