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이 더운날 울릉도를 걸어서 돌고 있다. 와~ 이렇게 맑고 물색이 푸른 곳이 한국에 있었다니! 걸어다니는 내내 덥다는 생각보다 탄성이 먼저 나온다. 한끼는 라면을, 한끼는 맛있는 밥을 먹는 작전이다. 그리고 하루에 한번 이상 물에 들어가기! 바닷속에는 신기하게 분홍색 돌들이 많고, 물고기들이 떼를지어 헤엄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속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완전히 물고기들의 세계에 빠져서 따라다니다가 물밖으로 올라오면 그 시차가 느껴진다. 그리고 따라오는 허기. 내일 또 뛰어들어야지!
용인신문 | 여름엔 봉숭아물이지! 한국에 들어왔다. 마음 놓고 기대며 살고 있다. 맛있는 밥을 먹고, 밭일을 가끔 돕고, 계곡에 가 수영을 하고. 어제는 봉숭아를 한아름 뜯어와서 봉숭아물을 들였다. 남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소꿉친구도 며칠 놀러 와서 그때마냥 놀고 있다. 답답했던 것들 내려놓고, 비닐로 묶어 느낌이 이상한 손가락을 참으며 잠에 들고 났더니 예쁜 다홍색으로 물든 손끝. 아 여름이다.
용인신문 | 태국에서는 한 달간 방을 구해 지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안 하기 모드에 돌입. 다음 길을 모르겠고 우울할 때는 일단 멈추고 좀이 쑤실 때까지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는 기간을 가지곤 했다. (물론 최소한의 것들은 한다.) 그러면 방을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이 생기고 그 에너지로 다시 시작하는 루틴이었다. 어라, 이번에는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게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내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하루하루 잘 보내고 싶었다. 그게 뭘까? 계속 찾고 있지만 왠지 비슷한 곳에도 도달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용인신문 | 10년 전 태국 여행을 할 때 만났던 사람이 있다. 방콕에서 가장 큰 주말 시장인 짜뚜짝. 동대문종합시장을 펼쳐 일 층에 깔아놓은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작은 수공예 가게들이 모여있다. 미로처럼 엮인 길을 헤매던 우리들은 레게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가게를 마주쳤다. 신난 우리들은 춤을 추며 들어갔고, 주인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몇 살이냐고 묻고, 순식간에 타위의 가족들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급기야는 한 명씩 어울리는 옷을 골라 선물해 주기까지 이른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환대에 어안이 벙벙해 했고, 그렇게 이어진 인연에 이후 방콕에 갈 때마다 그 집에 들러 지내게 되었다. 한동안 태국에 갈 일 없어 연락이 끊겼다가 5년 만에 연락했어도 너는 내 한국 딸이라며 언제든지 집에 오라고 해준 타위. 그리고 신기하게 그대로인 집. 참 인연이란 알 수 없다.
용인신문 | 태국에는 유독 한국사람들에 입맛에 맞는 메뉴들이 많다. 고수를 제외하면, 입맛 까다로운 어른들도 즐기실 수 있다. 닭죽 같은 까이만까이, 족발덮밥 카우카무, 카레국수 카오소이, 항정살 구이, 갈비탕, 약간 시큼한 맛의 똠양꿍. 볶음국수인 팟타이와 볶음밥은 25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밀크티는 1500원. 아직 이 가격이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엄마와 여행을 할 때는 둘이서 빼놓지 않고 시켰던 메뉴가 있는데, 바로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이다. 시큼하고 맵싹한 야채무침인데, 마치 겉절이처럼 입맛을 싹 돋궈 준다. 또 다른 좋아하는 요리는 뿌팟퐁커리. 게껍질이 단단하지 않은 말랑한 게를 커리에 함께 볶아서 밥과 함께 먹는 요리다. 음식의 즐거움이 여행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용인신문 | 태국에 왔다. 태국은 내 첫 배낭여행지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 가장 친한 친구들이랑 여행했다. 12월 31일에 서울에서 오는 비행기를 타서,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또 남부로 가는 12시간짜리 밤버스를 탔다. 지금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지옥의 스케줄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자다깨다 자정이 지난 걸 보고 서로에게 “스무살이 된걸 축하해-!” 하며 씩 웃고는 다시 잤다. 빨빨거리며 남부부터 북부, 라오스까지 다녔다. 처음 만나는 새로운 음식들과, 친절한 사람들, 마법같은 만남들이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용인신문 | 사람을 만나 좋은 점은 서로에게 배운다는 것이다. 내게 없는 모습을 보며 닮고 싶은 부분을 찾아내고 존경하게 되고, 가지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며 반면교사를 삼는다. 가장 질투나는 사람은 언어를 세련되게 쓰는 사람이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며 소통의 오류가 줄어들고, 쌓이는 기억들이 소중해진다. 친구를 만드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좋아하는 걸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이것도 시절 인연이겠지만,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더 귀하게 여겨야지.
용인신문 | 호주 사람들은 약간 틱틱대는 아저씨들 같다. 바로 친해지기는 어렵지만 신뢰를 쌓다 보면 인정해 주는 분위기. 한번 마음을 열면 이래저래 챙겨준다. 언어가 다르니 처음엔 몇 번이고 못 알아들었다. 말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지만 쓰는 표현도 완전히 다르다. 자기 상황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고 최고의 칭찬이 “괜찮네!”인 느낌. 떠날 때가 되니 괜히 고맙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매번 떠나는 여행자로서 이런 마음이 들 만큼 고마운 사람들이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고마웠어!
용인신문 | 멀리 있으니,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아플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집에 같이 살 때는 서로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는데 멀리 있으니 애틋해진다. 한 달에 한 번쯤 안부 전화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는 게 소중하다.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시야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더 감사해졌다. 오늘 아침을 차려 먹으며 전화했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평소에는 감사를 표현하기 부끄러워서 잘 전하지 못하지만, 이번 달에는 더 자주 전화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용인신문 | 나의 첫 배낭여행, 18살 태국. 그때도 가방 한쪽에는 텐트가 있었다. 텐트와 매트, 침낭은 어딜 가나 먼저 챙기는 필수품이었다. 작년 일본에서 해먹캠핑을 하는 친구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큰 부피를 차지하는 텐트 없이, 작은 매트와 해먹으로 캠핑을 하는 방식이다. 텐트는 언제나 평평한 노면을 찾아야 하고, 추울 때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 때문에 좋은 매트가 없으면 춥다. 해먹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지는 않을까 궁금했던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해먹캠핑은 나무나 구조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호스텔에서 지낼 때도 해먹을 걸 장소만 있으면 나만의 편안한 공간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시도해 본 해먹캠핑. 놀랍게도 텐트에서 자는 것보다 허리가 더 편안하다. 여러 번 시도해 보며 적절한 각도를 찾아야 한다. 모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구가 필요하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작은 짐을 유지하기 최고여서 한동안은 해먹캠핑을 고수할 것 같다.
용인신문 | 페스티벌에서 그림 그리기 워크샵에 참가했다. 오랜만에 그리는 캔버스 그림. 한시간을 어떻게 진행할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참여했다. 그림에 자신 없는 참가자들도 모두 이끌고 갈 수 있는 스킬을 배웠다. 진갈색의 아크릴 물감을 묽게 만들어 필름으로 캔버스에 문지른다. 산호같기도 하고 비같기도 하고 나무와 돌같기도 한 헝상이 만들어지고 어느순간 멈춰 어떻게 보이나 관찰했다. 그 안에서 보이는 것들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 나가는 방법. 그리고 싶은 것이 없을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 좋았다.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 자기 기술을 나누는 사람들은 밝게 빛난다.
용인신문 | 시드니 근처 블루마운틴에 왔다. 절벽과 유칼립투스 나무가 가득한 이 산은 무려 5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새벽에 보면 파란색으로 산이 보인다. 우리 셋은 캠핑할 만한 동굴을 검색했다. 관광객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을 찾았다. 삼십 여분쯤 걸어 도착한 동굴, 전에 온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작은 모닥불 자리가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 뚫린 입구는 노을과 별을 충분히 보여줬다. 호일로 싼 감자와 고구마를 굽고 가벼운 파스타를 해 먹었다. 지난 몇 달간 사람을 계속 만나느라 힘들었는데 며칠간 조용히 자연에 머무르니 편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