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의 언덕에서 글 사진 이상엽/작가 사할린섬 남부의 코르사코프시 ‘망향의 언덕’ 앞이다. 오랜 기차 여행 끝에, 비록 바다 건너 섬이지만 이곳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기에 애써 찾아 왔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쓸쓸하게 잡초만 무성한 언덕일 뿐 그 어떤 표식도 왜 이곳이 ‘망향’이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언덕 아래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홋카이도를 왕래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보인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이듬해 일본인은 정전협정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의 유민으로 남은 카레예츠(고려인)들은 코르사코프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에서 귀국선을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귀국은 절박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가지 못했다. 일제가 끝까지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는 당사자 책임론과 신생 대한민국정부의 민족적 책임이라는 두 논리가 충돌했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들은 사할린에 남겨졌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에도 고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말부터 연해주 일대에서 사할린으로 이주한 조선의 유민들과 일제
정치政治란 글자를 파자해보면 바를정正 아비부父 삼수변氵 태풍이台 마늘모 혹은 휘둘릴사厶 입구口로 구성된다. 이를 풀어보면 ‘정치인은 바른 도리를 가진 아버지처럼 백성들이 물과 태풍에 휘둘려 삶이 곤고해도 먹을 것은 꼭 챙겨줘야 한다’ 쯤 된다. 공자가 위나라로 갈 때 염유가 수레를 몰았는데 공자는 “백성이 많구나”라고 하니 “염유가 백성이 이미 많은데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가 “이미 부유하게 되었다면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의 목적은 백성을 부유하게 또 바른 길로 가도록 모범을 보이는 행위다.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에 대해 말하길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저들의 삶이 서로 균등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라(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고 했다. 대학大學에서 정치인의 자격요건을 에둘러 표현하기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국가를 다스리면 천하는 기울어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사의 비극은 수신이나 제가가 덜된 것들이 누군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는데 그 심각성
<용인신문>
정치권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요즘 ‘협치(協治)’라는 말이 유행이다. 과거 정치권의 ‘연정(聯政)’은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 연합을 뜻했지만, 협치는 지역사회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더 세밀하고 광범위한 협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언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영의 의미를 지닌 ‘거버넌스(governance)’와 더 유사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협치와 상생 정치 구현을 위한 ‘제1회 경기도-도의회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인근 수원시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제도화한 ‘수원시 협치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협치 조례는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 시민, 전문가 등이 소통과 합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권위주의적 구태 행정을 청산하겠다는 선포임에도 헛된 구호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선언적 의미로 전락한다면 행정력의 족쇄를 이유로또 다시 용두사미가 될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소심한기우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마다민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협치(각종 위원회)기구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은 애당초
밝고, 예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희망글 ‘설레임’과‘호기심’이 가득한 10대들이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 책 ‘우리들이 진짜하고 싶은 이야기-글로 적다’가 북앤스토리에서 나와 화제다. 여기 실린 글들은 그동안 어른들이잊고 살았던다양한 것들을보여주고 있다.초등학생부터 중학생들이 쓴 반짝거리는언어는과장이없고, 발랄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봄날거친땅을헤집고나오는푸른새싹들을보는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감성어린 글들은 더욱 말랑거리며 생생한 느낌을 준다. <오룡 인문학연구소>에서 읽고, 쓰고, 말하기를 배우고 있는 10대들이 남긴 글을 모은 《우리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글로 적다》는 모두 27명의 초‧중등학생들이 순간순간의 감정을 치열하지만 명랑(明朗)하게 써냈다. 이 책엔 답사기를 비롯해 시, 소설, 시나리오 등의 다양한 부문의 글 수십여 편이 실렸다. <오룡 인문학연구소> 오룡 원장은 “자기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써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나’와 ‘나 이외의 것’의 경계를 허물어 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10대 예비 작가들의 감수성은 맑고 투명한 언어로 표현됐다. 문장의
속이 꽉 찬 맛있는 수제 만두 … 고기리 ‘화수분’ 이열치열, 이냉치냉이라고 했던가요? 한여름에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고, 냉면은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고 하지만 크림은 겨울엔 보글보글 따끈한 음식이 많이 생각나요. 입춘은 지났지만 여전히 쨍한 바람이 차가운 날씨라 뜨끈하 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던 차에 용인 고기리에 아주실한 만둣 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화수분’.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인데 고기리 ‘화수분’은 맛있는 메뉴들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고기리에 몇 번이라도 가보신 분이라면 지나는 길에 커다란 비행기 모형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 아래에 점포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두 맛집 ‘화수분’입니다. 간판은 작은 편이라 잘 눈에 띄질 않고 바로 옆 부동산 노란 간판 보고 찾는 게 더 쉬워요. 주차는 매장 앞에 두어 대 정도, 비행기 모형 뒤쪽으로도 주차 가능합니다. 메뉴는 만두와 별미로 나누어져 있어요. 만두 파트에는 만두 전골, 군만두, 찐만두와 만둣국이 있고 별미 파트에는 갈치조림, 황태구이, 산채비빔밥, 오삼불고기 그리고 계절메뉴 묵사발 국 수가 있습니다. 손 만두 전문점이니 만두 파트를 먹어보고 싶어 모두 주문했
<용인신문>
강태공姜太公 귀곡자鬼谷子 장량張良 사마의司馬懿를 일러 중국 4대 ‘모성謀聖’이라 한다. 그리고 귀곡자鬼谷子 장량張良 사마의司馬懿를 일러 한 시대의 으뜸가는 스승이란 뜻으로 ‘일대종사一代宗師’라 부른다. 강태공姜太公에 대한 후세의 칭호는 일대종사一代宗師를 뛰어넘는 ‘백가종사百家宗師’다. 백가종사인 강태공이 말한다. 부유하지 않으면 인의를 베풀 수 없으며<불부무이위인不富無以爲仁> 베풀지 않으면 백성을 모을 수 없다<불시무이합친不施無以合親. 육도六韜수사守士>. 하루는 무왕이 태공망 여상에게 물었다. 똑똑하다는 이를 들어 썼음에도 나라가 여전히 가난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강태공 왈, 답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현자라는 명분만 있지 실제로는 똑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유향劉向설원說苑>. 아. 쾌도난마와 같은 이 한마디는 정곡을 찌르는 정수일침頂首一針이다. 떠벌이 아웃사이더에서 권력을 잡은 민정수석 조국 전 서울대교수를 두고 한말이다. 중국 진秦나라 때 여불위가 일자천금으로 집대성 했다는 논설집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을 할 수 없다<망국군주亡國君主불가이직언不可以直言>는 말이 실려 있다. 지금 여기서 이 말의
신돈을 굽다 이 원 오 동네 어귀 신돈 연탄구이 가게는 성황이다 주인은 적당히 익힌 초벌구이 고기를 내온다 통통한 두께가 입맛을 돋운다 쫀득한 비계는 유혹적이다 탐욕스런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중독된 가스만큼의 혀를 마취시킨다 껍질의 검게 탄 부분은 상처가 된 마음의 일부이다 연탄불은 금방이라도 베일 듯이 파란 검이다 검은 신돈을 베었고 민초를 위한 마음도 함께 베었다 검의 용도는 고기를 자르는 데 있는데 신돈에게는 그의 목을 치는데 용도가 있었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고고해진다는 어느 종파의 습속은 통하지 않는다 잘 씹히는 고기는 언제든지 회자된다 신돈을 요승으로 만든 역사서가 잘게 씹히고 있다 신돈이 슬프게 웃고 있다 이원오의 첫시집 『시간의 유배』는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 해석 위에 시인의 상상력과 서정을 단호하고 유려하게 입힌다. 정사가 시인을 만나 어떻게 오류의 그늘을 벗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그의 시는 유쾌하고 경이롭고 신비롭다.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고 둔중하다. 그의 이번 시집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다른 시집들과 구별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시인이 새로운 지점에 자신의 시세계를 펼치기 위해 얼마나 고투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신
최은진의 BOOK소리 137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 저자 : 유현준 / 출판사 : 을유문화사 / 정가 : 16,000원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과연 어떤 곳일지를 깊이 고민해 본 적 있는가?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우리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엔 건축은 없고 인테리어만 있다. 단지 우리의 거주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냐가 아닌,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과 그에 맞는 도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건축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받아들여 새로운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볼 준비 되셨는지? 건축과 도시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건축가로서 실제로 우리를 둘러싼 공간들을 디자인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담은 책. 그는 말한다. ‘건축은 스스로를 제대로 알기 힘든 우리를 흐릿하게나마 보여 주는 거울’이라고. 건축은 의식주라는 인간의 3대 기본 본능적 행위 중 하나이므로. 그런데, 다양한 생각의 융합을 만들어내야 하는 도시에 획일화된 건축물만 가득해져 사람들간의 소통이 사라지고 단절되어 가는 것에 대한
용인신문은 설명절을 하루 앞둔지난4일,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구한말 의병 활동과 일제 강점기 무장독립투쟁을 이끈 홍범도 장군(1868-1943)이 잠들어 있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크질오르다를 찾아갔다.더불어민주당‘3.1운동·임시정부100주년 기념특위’집행위원인 용인 출신 이우현 수지(병)지역위원장을 동행 취재했다.홍범도 장군은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한 후 공산당에 가입,국내에서 좌경시되어 공로가 평가 절하되어 왔으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면서1962년 대통령 건국훈장을 받았다.홍 장군은 일본 정규군을 섬멸한‘봉오동 전투’와 같은 해10월 김좌진 장군과 함께‘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사진/글:김종경 기자iyongin@nate.com>
지난4일, 카자하스탄 크질오르다 홍범도 장군묘역 참배 설날인 5일엔 우즈벡 타슈켄트 고려인1세 요양원 '방문'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중앙아시아 카자하스탄 크질오르다. 찬바람이 쌩쌩 불던 허허벌판의 체감온도는 한국의 겨울 날씨와 비슷했다. 카자하스탄 알마티에서도 무려 1200여Km가 떨어진 곳을 자동차를 타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우현 더불어민주당 용인병 지역위원장으로 ‘3.1운동·임시정부100주년특별위원회’ 집행위원이다. 지난 22일자로 집행위원에 위촉된 이 위원장이 찾아온 곳은 홍범도 장군이 잠들어 있는 크질오르다 중앙공동묘역. 큰길가 옆 기와지붕을 씌운 출입문엔 ‘통일문’ 이렇게 한글로 쓰여 있었고 입구 정면엔 홍범도 장군(1868.8.27.~1943.10.25.)의 흉상이 있었다. 한말의 독립운동가이자 만주 대한독립군의 총사령관이었던 홍범도 장군. 그가 이곳에 묻혀 있었다. 이우현 위원장은 직접 준비한 과일과 술을 홍범도 장군께 올리며, 참배를 했다. 이 위원장이 메고 온 가방엔 태극기와 한반도기가 꽂혀 있었다. 그는 한참을 이곳에 머물며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과 스탈린 시절 고려인 강제이주로 이곳까지 오게 된 우리 민족의 흑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