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주유소에 고독이 찾아온다 최 승 호 말죽거리 주유소는 말죽거리에 있다 말죽도 말죽통도 말대가리도 없는 말죽거리 한밤중 말죽거리 주유소에 고독이 찾아온다 길 잃은 말처럼 눈먼 고독이 찾아오는 것이다 말죽거리 주유소엔 대평원의 하늘이 없다 굵은 별들이 서늘하게 내려오는 지평선이 없다 창밖을 망국의 눈으로 내다보는 고려인의 후예 알바노인이 있을뿐 최승호는 일찍이 「대설주의보」로 암울한 80년대의 정치적 상황을 백색의 계엄령이라 규정하고 계엄령 속을 날아가는 쬐그만 굴뚝새의 생명력을 보여줌으로써 불후의 시편으로 자리잡게 했다. 그 후로 그는 자본주의의 소비문화를 변기 혹은 똥으로 은유화하며 시대를 앞질러 가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방부제가 썩는 나라』로 돌아왔다. 내 나라가 얼마나 썩었으면 방부제가 썩는다는 말인가. 섬뜩하고 참혹하다. 하기야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기 위한 청문회장은 그들의 삶이 부패의 복마전이었음을 증거하는 자리가 된지 오래다. 그런 세상이니 방부제인들 어떻게 썩지 않고 견디어 내겠는가. 관계뿐 아니라 정계도, 경제계도, 법조계도, 학계도, 문화계도 방부제를 썩게 할 만큼 부패했다. 가히 부패공화국이다. ‘파리의 생각은/오직 부
최은진의 BOOK소리 138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살아남은 자들이 지켜야 할, 죽고 싶은 사람들 ◎ 저자 : 임세원 / 출판사 : 알키 / 정가 : 13,800원 자기 앞에 놓인 뜻밖의 불운을 두고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던 정신건강전문 의학자 임세원.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했던 선한 의지는 한순간의 칼부림에 꺼져버렸다. 세상에 누구도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그의 에세이집. 그는 말한다. 어떤 사람도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이제는 고인인 되어버린 그의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보며 그의 죽음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찌른다.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던 그의 진심이, 이 책을 통해 더 먹먹해진다. 고통이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이기 때문에 타인이 그 고통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이에 베인 손가락 하나의 통증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배워왔던 지식에 의존해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라는 환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잘못 읽었다. 아니면, 트럼프 스스로 만든 국내용 출구 전략이다. 정상회담 중 미국에서 벌어진 트럼프의 비서출신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결렬의 주된 원인이란 분석이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12년 동안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설겆이 전문가’라고 한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트럼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탄핵 운운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실컷 조롱했으니 잘될 리가 만무였던 것이리라. 그런데 트럼프가 기자회견장에서 한말을 둘러싸고 북측이 거짓이라며 반박했고, 또 이를 재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 회담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렬에 대한 변명이 궁색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모두 회담의 무산 배경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양측 모두 절실함을 의미한다. 다만 결별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양측 모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세우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리용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 그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더불어민주당 용인시병(수지)지역위원회(위원장 이우현)는 지난 1일 오전 ‘수지 3.1만세운동 기념탑’앞에서 독립운동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3.1운동100주년 기념식을 주관했다. 이날 기념식은 이창식 시의원의 사회로 시작되었고, 윤원균 시의원의 독립선언서 낭독과 헌화 그리고 만세삼창으로 진행됐다. 이우현 지역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수지 3.1만세운동 기념탑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면서 이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항일호국의 역사가 수지지역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고 3.1운동 100주년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에는 80여명의 주민과 수지 FC유소년 축구단 단원2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으며 경기도의회 김용찬 도의원과 용인시의회 장정순 시의원도 함께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용인시병(수지)지역위원회는 매년 3월 1일 ‘수지 3.1만세운동 기념탑’에서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용인신문 -박기현 기자>
<용인신문>
영양 만점, 잡내없이 고소한 ‘설화양꼬치’ 양고기가 몸에 좋은 건 모두 잘 아시죠? 스태미나 음식이면서 다이어트에도 좋고, 또 육류 중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가장 낮다고 하니 고기 중에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양고기도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심한데 잡내 없이 맛있게 하는 양고기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설화양꼬치’,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요. 주차는 매장 앞에 서너 대 정도만 가능해서 조금 불편하네요. 실내는 보통의 양꼬치집 분위기구요. 테이블은 다섯 개에 8인 정도 가능한 개별 룸이 하나있는데, 저녁에는 거의 만석이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 양고기 메뉴는 다른 집과 비슷한데 세트메뉴들이 있어 착한 가격에 골고루 맛볼 수 있었습니다. 굽는 재미가 더 좋은 양꼬치부터 맛을 봤어요. 수동으로 구워 먹은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자동기계로 바뀌어서 편해졌어요. ‘설화양꼬치’도 물론 자동~ 꼬치 톱니랑 잘 맞춰 올려놓으면 저절로 돌아가면서 맛있게 구워집니다. 양꼬치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앞에 앉아 기다릴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다 구
항일 독립투쟁 선봉장 '홍범도 장군' 잠들다 용인신문은 ‘3.1운동 ·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항일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이 잠들어있는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와 우즈베키스탄에 생존중인 고려인 1세대들을 취재해 보도하기로 했다. 이번 기획은 지난 2월1일부터 2월9일까지 중앙아시아 전문가이자 더불어민주당 내 ‘3·1운동 ·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특위’ 집행위원을 맡은 이우현(용인병) 지역위원장과 공동으로 추진한 동행 취재 연재물이다. 어려운 여건과 촉박한 일정에도 동행 취재에 적극 협조해준 이 위원장과 현지 안내와 통역을 맡아준 키르기스스탄의 졸도쉬와 마흐무트, 그리고 우즈벡키스탄 국립체대 백문종 교수, 타슈켄트 세종학당 허선행 학당장, 타슈켄트 아리랑 요양원 김나영 원장, 민족지도자 황만금 선생의 둘째아들 황스타니슬라브씨 등 수많은 고려인들과 교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편집자 주> ❶카자흐스탄의 ‘홍범도 장군’묘역을 찾아 ➁‘아리랑 요양원’ 고려인 1세대를 만나다 ➂고려인 민족지도자 ‘황만금’과 ‘폴리따제’ ➃고려인 노동영웅 ‘북극성’지도자 ‘김병화’ 설 명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4일 오전 9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질
7세에 진복창전陳復昌傳을 짓고, 8세에 화석정化石亭 시를 지었으며 10세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대부鏡浦臺賦를 지은 율곡. 그는 22세 때 방황의 끝에서 58세의 퇴계를 찾아가 만난 12년 후 34세부터 46세까지 장장 12년에 걸쳐 율곡사과栗谷四科라는 불후의 명저를 짓는다. 34세에 정치하문政治何問, 동호문답東湖問答을 40세에 철학절문哲學切問, 성학집요聖學輯要를 42세에 몽학강효蒙學綱效, 격몽요결擊蒙要訣을, 46세에 역사현감歷史縣監, 경연일기經筵日記를 기록한다. 그중 동호문답東湖問答 논군도論君道편에서 말한다. 동호의 객이 주인에게 “고금에 치란이 없는 때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다스려지고, 어떻게 해서어지러워지는가?”라고 묻자 주인일 말하길 “다스려 지는 데에 두 가지가 있고, 어지러워지는데도 두 가지가 있다…(중략)…”. 다시 손님이 묻자 “그것이 무엇을 말함인가”, 주인이 대답하길 “임금이 똑똑하여 난놈을 잘 부리면 된다. 또 임금이 다소 못났더라도사람만 잘 쓰면 된다.” 이것이다스리는 두 가지다. 정치란 국민들이 균형 잡힌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가는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자신이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다
체 류 휘민 병상에 누운 그녀가 갓 부화한 아기 새처럼 나를 쳐다본다 달력 뒷장에 적힌 전화번호를 더듬거리듯 내 몸 여기저기를 꾹꾹 누른다 나를 삼키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기울어지는 저녁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고 마는 나 그녀의 정강이를 손아귀로 잡아 본다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 단단한 어둠 한 줌 창밖으로 소낙비가 지나간다 엇박자로 덜컹거리는 심장 속으로 또 한 차례 밀려드는 어둠 저 비가 긋고 밤이 오면 저녁은 누구의 무릎을 짚으며 돌아갈까 사선으로 떨어지는 젖은 불꽃들 우두커니 형형이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시인의 몸을 꾹꾹 누를 수 있는 시선이라면 육친이 맞다. 혈육이어서 병상의 그녀는 시인을 삼키듯 애절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 장면이 눈물겨워 시인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생로병사의 통과의례를 누가 비켜갈 수 있을까. 시인의 진정한 문장은 그 다음 부터다. 혈육의 정강이를 잡아보는 시인에게 정강이는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단단한 어둠 한 줌’이어서 혈육의 생애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혈육은 어떻든 더 오래 더 강건하게 살아 있어 시인을 삼키듯 바라보고 몸의 여기저기를 꾹꾹 누르기
<용인신문>
뇌경색 1년 투병 남다른 3·1절 원삼면 보금자리로 돌아가길… 지난 23일, 3.1절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93) 일대기를 책으로 남기기 위해 취재차 오 지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 소재 중앙보훈병원을 찾았다. 오 지사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뇌경색으로 쓰러져 1년을 투병중이다. “오늘 처음으로 침대에 일어나 앉았고, 필담 노트에 이렇게 많은 글을 써보기도 처음입니다.” 간병인이 놀라워했다. 병세가 호전되는 것 같다며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삼일절’. 그녀는 며칠 남지 않은 삼일절을 썼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14세 때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연극 제목과 내용을 묻자 노트에 ‘신대한가’ ‘난 독립군이었다. 일본을 타도하자. 날강도다. 두만강 삼천리. 독립을… 싸워나가세…’라는 ‘독립군가’를 집중해서 썼다. 독립군으로 활동하던 시절, 청년의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순간 80년 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오 지사의 눈이 빛났고,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콧줄로 점심 식사 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려 아들 김흥태씨 안내로 지난해 용인시에서 지어준 오 지사의 원삼면
고통의 증명 이 병 국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 삶을 노출당한 이는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이병국의 첫시집『이곳의 안녕』은 낯선 시적질서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들의 개진으로 신선하다. 따뜻한 시어들과 섬세한 문장과 젊은 날의 아름다운 방황이 시편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친근하게 읽힌다. 「고통의 증명」은 연시로 읽어야 맛이 난다. 그의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곳에 놓여진 고통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익숙한 고통이다,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에 놓여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고통이 작아지지 않아 다정하게 손 흔드는 뒷모습도 아픈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 맞다. 김윤배/시인<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