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ESSD)’의 실현을 위하여 선진국․개도국 등 178개국과 68개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참석한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에서 전지구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지속 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란 말은 1987년 유엔 총회에서 설립한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일명 브룬트란트위원회(Brundtland Commission)라고도 하는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인 『인류 공통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미래의 세대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현재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개발”이라고 정의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최초로 제시했던 것을,
길 두르가 랄 쉬레스타/유정이 역 가다가 멈추고 내가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 모두 어디로 가고 있나 분주하기만 한 발걸음 헐떡이는 숨 어디로 가고 있나 길은 목적지도 없는 맨 얼굴 미끈거리는 허벅지만 보여준다 산과 산 들과 들 사람과 사람 사이 길과 길이 잇대어진 얽힌 세상 어디에도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 무더기무더기 놓여 있다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 무더기무더기 놓여 있다 두르가 랄 쉬레스타는 네팔의 국민시인이다. 그의 시는 종교적이고 명상적이며 철학적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정치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인 사회인식을 드러낸다. 그를 『누군가 말해 달라 이 생의 비밀을』이라는 번역 시집으로 한국에 소개한 역자가 유정이 시인이다. 번역이 유려해서 마치 유정이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길」은 수많은 시인들의 노래가 된 제목이다. 길을 인생의 행로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새롭지는 않다. 이 시가 새로운 것은 ‘목적지 없는 목적지만’이라는 그의 인식이다. 길은 언제나 시작이 있고 끝이 있게 마련이다. 길의 끝이 목적지가 된다. 그러나 그는 목적지 없는 목적지가 인생이라는 것이다. 길의 끝에 죽음이라는 목적지 아닌 목적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그의 인식은 철학적이고 실
[용인신문] 공자가 아들 리를 득남하고는 생계를 위해 두 개의 일을 하는데 하급 관직인 승전乘田이라는 가축 관리와 위리委吏라는 창고 관리직이 그것이다. 약관 20세 때의 일이다. 워낙 공부를 좋아했고 격물치지했던 그인지라 육예六藝에 정통해 있었고, 그의 명성은 천하를 흔들어 밖으로 전해졌으며 그간의 공부에 애씀이 인정되어 태묘 출입이 자유롭게 된다(논어향당13. 팔일15). 30세에 아들 리와 함께 앞마당에 심은 은행나무가 제법 자라 행단강학杏壇講學을 시작하니 이때가 노나라 소공 26년, 기원전 517년 공자 나이 36세 때의 일이다. 소문을 들은 제나라 22대 군주 경공(재임 31년째 되는 해)은 우유부단 한데다가 아둔하기까지했지만 “불취하문의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건강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공야장14). 바로 이점이 함량 미달임에도 군주로 58년이라는 세월 동안 권좌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자를 초빙하여 묻기를 간청한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의 답변은 간단하다. 君君/臣臣/父父/子子. 풀어쓰면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가 종래의 해석이다. 그러나 고
[용인신문] 맹가돈소孟軻敦素라는 말이 있다. 맹가는 바름을 길렀다는 말인데 당나라 이한이 쓴 몽구에는 돈敦을 양養으로 쓰고 있다. 돈敦을 양養으로 쓴 이유는 아마도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과서이기에 돈敦자에 대한 설명이 어린이 눈높이에서 쉽지 않아서 였으리라. 돈敦은 누릴향享과 회초리로 친다는 둥글월문攵으로 이루어진 형성자인데 학문적 해석이 아닌 향리의 주에 따르면 ‘누리려면享+회초리攵로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와 또 하나는 ‘백성을 치리할 때 때려서 다스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때려서라도 가르칠 만한 위치에 있는 스승은 누구이며 맞아가면서도 따를 수 있는 지도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이 문구에 대한 천자문 85문장의 댓구가 그 답을 준다. 곧 사어병직史魚秉直이다. 이는 논어 위령공편이 출전으로 곧도다, 사어여.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더니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도 화살처럼 곧구나. 논어는 누구를 칭찬하는 일에서는 극히 이례적임에도 사어에 대해서 만큼은 후하다. 사어는 죽음으로까지 간했던 시간尸諫이다. 사어는 대부로 춘추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을 섬기면서 현자 거백옥遽伯玉을 추천했으나 임금은 왕王의 남자男子로 알려진 간신배 미소년美少年 미자하彌子瑕
[용인신문] “What is the cost of lies?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거짓을 계속 듣다 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잃는다는 거죠.” 영화 ‘체르노빌’ 에 나오는 첫 장면 대사다. 새해 벽두부터 무거운 화두를 꺼내 본다. 1986년 4월 26일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은 책임자의 어이없는 지시로 인한 사고였다. 하지만 소련 정부와 권력층은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결국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인류 최악의 인재로 기록됐다. 소련 붕괴의 원인을 체르노빌 사건 때문으로 보는 이가 있을 만큼 그 파장은 매우 컸다. 체르노빌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1~4호기까지 있다. 이 중 4호기 원자로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국토의 20%가 방사능에 오염됐고, 발전소에서 30km 이내는 거주 금지지구로 지정되어 인구 5만 명이 살던 프리퍄티는 죽음의 도시가 됐다. 사고 당시 소련이 발표한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3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제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 2000여 명이었고, 500만 명이 피폭되었다. 그런데도 소련 정부는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
[용인신문] 용인시 백암면 소재에 있는 예아리박물관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지역 문화예술 플랫폼사업을 4년 동안 시행해왔다. 2017년도에는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지역연계 중심, 농촌특산물을 체험활동을 통해 백암지역 마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이를 토대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참여 기획을 만들어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기획전시 및 교육을 통해 서로 협업하는 체계를 만들어 지역 마을을 활성화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2020년에는 지역 특성상 문화예술에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획전시(주제-예아리에서 정조를 만나다) 토우(土偶) 미니어쳐 국장행렬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시각적 요소, 그리고 클래식 공연의 청각적 요소를 결합한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 운영하였다. 문화 융복합 사업을 구상한 2020년도에는 용인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섭외해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선사하였다. 코로나 사태로 운영 일정변경, 사업량, 사업내용의 변경 등 난제가 있었으나 잘 마무리가 되었다. 이렇게 예아리박물관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문화적 갈증 해소를 위해 노력했지만 전 시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2020년 봄부터 급격한
[용인신문] 2021년은 신축년 소의 해다. 소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우직한 동물이다. 소의 기운처럼 풍요로움과 평화가 가득한 새해를 기대한다. 하루 빨리 멈춤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소처럼 부지런히 새로운 세상을 일궜으면 좋겠다. 이제 코로나 19도 썩 물러가고, 모든 일상이 그 옛날의 어느 평범했던 날처럼 다가오길 기원한다.
[용인신문] ‘힘들다’ ‘무섭다’ ‘망하다’ ‘답답하다’ ‘싫다’ ‘불안하다’ ‘지친다’ ‘슬프다’.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인터넷 게시물 42억 25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감정이 실린 단어 빈도수에서 상위에 오른 단어들이다. 부정적인 단어들이 대부분 상위를 차지해 빅데이터도 지난해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앓았다는 것을 확연히 알려주고 있다. 그랬다. 지난해 우리 대부분은 힘들고 답답하고 불안했다. 나 자신 또한 불안하고 지쳐 스스로 망가져 갔음을 실감하며 반성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별 것 아닌 것에 버럭 화부터 났다. 참지 못하고 남에게 공격적으로 나갔을 때 ‘내 자신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는 자괴감에 몇 날 며칠을 앓은 적도 있다. 지난 가을로 접어들 무렵 그런 자괴심, 스트레스가 하도 심해 급기야 대학병원 응급실에가 맹장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스트레스가 그동안 멀쩡했던 충수돌기에 염증을 일으켜 터져버렸던 것이다. 남들은 다 무료로 받는 코로나 검사를 입원하기 위해 돈 주고 받았다는 사실에 수술을 하고 나서도 배가 더 아팠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에 속상해하며 자꾸자꾸 마음을
신축은 긴축하며 자연과 시대의 섭리를 배우는 소중한 시기 새해는 성실하게 거짓 거품을 없애고 튼실한 종자 골라내야 [용인신문] 사주명리는 시간과 계절의 이야기다. 씨앗을 예로 들면, 계절에 따라 그것을 심을 때와 기를 때, 추수할 때와 저장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게 해주며, 그때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명리에는 연월일시(年月日時)에 따른 시간의 이름만 있지만, 그것만 들어도, 일어날 때와 밥 먹을 때, 일할 때와 일을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 쉬고 자야 할 때까지 다 알 수 있다. 새해 2021년은 신축년이다. 신축(辛丑)은 시간의 이름이다. 그리고 그것은 축(丑)의 시간에 신(辛)의 일이 발생하거나 하면 좋다는 뜻을 포함한다. 조금 더 쉽고 황당하게 말하면 흰 소가 되면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60년 전인 1961년은 신축년이었다. 그해엔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아동복지법이 새로이 제정 공포되었고,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그리고 120년 전인 1901년 신축년에는 미국 25대 대통령이 피살되었고, 180년 전인 1841년 신축년에도 미국 9대 대통령이 갑자기 폐렴으로 사망해서 부통령이 대권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듯 신축년에 발생한 역사적
[용인신문] 지난 12월 8일, 필자는 ‘오룡역사TV’를 통해 설민석을 직격했다. 자꾸 선을 넘지 말라는 요구였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의 격동의 현대사 편에서 ‘5·16 군사정변’을 ‘5·16 군사혁명’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나서 설민석은 여러 논란의 중심 인물이 됐다. 이 모든 사태는 설민석의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지만 있었던 그의 과욕이 부른 참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설민석의 한계는 엄청난 과거의 내용들에 대한 학문적 고찰이 부족했다. 역사 전문가를 표방했다면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어야 했다. 끝없는 사실의 바다에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오직 그런 것만을 추출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은 방송 미디어의 얄팍한 상술, 자본의 속성을 따라야 하는 시청률의 탓일 수도 있다. “쌤, 신축년에는 뜰거 같아요?” “설민석 보다 오룡쌤!” 며칠 전에 몇몇 지인들에게 받은 카톡이다. 단언컨대 오룡은 ‘역사의 예능화’에서 결이 많이 빗나가 있는 사람이다. ‘역사의 소매상’ 까지는 어찌어찌 할 수 있겠으나 예능 맞춤형 내러티브를 쫓기엔 역부족이다. 순간의 기분은 우쭐(?)했으나 웃을 수는
그래! 이 맛이야… 맛있는 빵 가득 [용인신문] 2021년 새해 첫 용인 맛집, 멋집은 보정동에 위치한 ‘마오’라고 불리는 맛있는 빵들이 가득한 ‘마더스오븐’입니다. 위치는 보정동 주민센터 근처 아이파크 아파트 바로 앞 상가 1층. 주차는 건물 지하 1층에 가능한데 지하 1층까지 구수한 빵 냄새가 미각을 자극하더라구요. 자그마한 매장에서는 빵 구매만 가능한데, 빵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빵 냄새가 차 안에 가득해 참기 힘들어 수지구청 앞 ‘디어필립’처럼 테이블 한두 개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게트가 먹고 싶어도 참다가 서울 갈일 있을 때 한남동 ‘오월의 종’ 바게트만 구입해 먹었었는데,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아요. 겉바속촉의 정석 바게트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살짝 구워 버터와 함께 먹으면 최고입니다. ‘디어 필립’의 올리브 치아바타를 가장 애정하는데 스타일이 다른 ‘마더스 오븐’의 치아바타도 감탄하며 먹었네요. 간단한 재료로 만든 치아바타 샌드위치 또한 바질, 씨겨자, 치즈 등 조합이 훌륭해 맛있게 먹었습니다. 겹겹이 바삭함이 예술인 크루아상은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1, 2위를 다투던 ‘오봉베르’와 ‘테라로사’ 보다
폭풍우 김지녀 혀의 근육처럼 구물거리면서 솟구쳐 올라 집어삼킬 듯 쫓아왔다 배와 배가 뒤엉키고 혀와 혀가 뒤엉키고 새와 고양이 울음이 들리지 않았다 벚나무 가지가 찢어졌다 혀의 돌기가 곤두선 날이었지만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 식탁이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떠난 자리는 배 위에서 흔들리는 기분 어느 배가 가라앉는 건지 모르겠다 어느 혀가 나의 것인지 물밑의 눈알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갸웃했다 김지녀는 1978년 생이다. 2007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에 앞서 『시소의 감정』과 『양들의 사회학』이라는 두 권의 시집이 있고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는 그녀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는 현실에 사려 깊은 눈길을 주면서, 현실의 이면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파헤쳐 형상화 하고 있다. 「폭풍우」는 운우지정을 폭풍우에 비견해서 노래한 시로 읽힌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 부산이어서 실제로 폭풍우 속에서 배와 배가 뒤엉키는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폭풍우와 운우지정이 서로의 은유로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폭풍우와 운우지정이라는 두 원관념을 병치시킨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의 격렬한 행위로 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