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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용인신문] 용인시는 예로부터 풍수지리 측면에서 명당자리가 많다고 했다. '사거용인(死去龍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분묘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부터 한양성곽 주변 도시의 고관 대작들이 우거지로 선호해 조광조, 남구만 같은 굵직한 인물들이 낙향해 살았다. 벼슬에서 물러나 용인에 머물면서 명현의 묘역이 조성되거나 명현이 많이 배출됐다. 요즘에도 유명세를 날리던 인물들의 유택(幽宅)이 대거 몰리는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문학인들의 묘역이 용인지역에 산재해 눈길을 끌었다.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가족묘가 이전해와 원삼면 맹리에 조성되어 있다. 몇 년 전엔 박목월 시인 묘역 옆에 그를 기리는 문학정원이 용인공원묘원에 조성되기도 했다. 용인지역 최초로 용인신문과 용인문학지에서 용인문학 순례길 4개 코스를 개발해 제언했던 것은 행정당국이 나서서 지역문화콘텐츠로 적극 개발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한 작가의 사상이나 예술 활동 등을 연구 비평하기 위해서는 그의 활동 시기와 공간, 그 시대 특수한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론은 작가의 탄생 공간부터 작품 활동에 영향을 끼쳤던 환경, 그리고 사후 묘역을 통한 조명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방법론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떤 작가들은 생전보다 사후에 업적의 공과가 새롭게 조명되거나 더 많이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 크레타 섬에는 그의 무덤이 있어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는 ‘중앙묘지’가 있다. 이곳은 ‘음악가의 묘지’로도 불릴만큼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스트라우스 같은 유명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다. ‘파리의 지하묘지’는 문학 작품, 만화 영화, 영화, TV,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나 독일의 대문호 괴테 등 문학가들도 생전보다 생후에 인기가 더 많은 경우다.

 

우리나라에도 망우리 공원에 가면 독립운동가나 저명 인사들의 묘지 안내 입간판 및 입석 등이 설치되어 있다. 또 공원정비계획에 따라 산책로와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주민들이 산책로와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저명 작가들을 기리는 묘지야말로 사후 박물관 내지 기념관, 문학관처럼 전 생애를 옮겨다 놓는 또 하나의 ‘기억박물관’인 셈이다.

 

용인시는 얼마 전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인시는 그동안 지역 내에 수많은 문화유산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숫자와 외형에만 치중할 뿐,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미래와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럴 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말을 쓴다면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