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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물

열 개의 별 이야기 (경庚-어른이 되려는 자)

열 개의 별 이야기 (경庚-어른이 되려는 자)

경금(庚金)의 대표적인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

경금(庚金)은 가을의 숙살지기(肅殺地氣)를 지닌 열매가 된다. 도끼나 원석 같은 금(金)의 성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경금의 기운을 살벌함으로만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을이 되면 살아 있는 것들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면 가지는 열매의 무게에 숙여지게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정보와 가치를 열매 안에 담게 된다. 후손을 가지고자 하는 마음이 희생의 정신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어른은 아이 앞에서 강한 척 한다. 사정이 어찌되었든 어른은 어른으로서 마땅히 참고 견디며 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이다. 그래서 경금(庚金)은 우리의 가장(家狀)되고 울타리가 된다. 외강내유의 모습이지만, 단단한 이유로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어른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뜨거운 햇볕과 심한 폭풍우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열매가 되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금의 삶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경금은 언제나 바른 의리를 생각한다. 삶이 그들에게 주는 고난과 역경에 대해 배신하지 않을 의리를 당연시 여기며 순수하고 일관된 마음을 높게 산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은 행하지 않고 타인에게만 요구하는 어리숙한 경금도 많다. 속이 덜 여문 경금은 겉만 그럴듯해지기 십상이다. 어른인척 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모험 가득한 아이들을 혼내기만 하는 경금도 꽤나 있다. 그럴 때 경금은 총이나 칼처럼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원래 금은 제련이 잘 되어야 순수하고 단단한 쇠가 되지만 담금질을 엉성하게 받은 경금은 어른의 대우만 받으려하는 못된 성질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재련을 잘 받아서 알차고 단단해 보이든지, 도금처럼 포장만 되어 있든 간에 경금의 속은 여리고 무르고 외롭다. 결과와 보이는 모습에 너무 힘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투덜거리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인정과 따스함에 굶주린 약한 모습을 지니기도 한다. 어른의 모습을 지니고 함부로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아이처럼 칭얼대며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꾹 참고 사는 게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 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에게 어른으로 존경스러운 모습도 많이 있었겠지만, 총과 칼, 그리고 속으로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있었던 아방궁의 모습도 그려진다. 어쨌거나 경금은 사람을 가린다. 겉을 중요시하여 예의바르고 반듯한 사람들을 좋아하며, 사회적 지휘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고, 사람들을 자신의 잣대로 분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나에게는 경금이 없다. 그래서 경금들을 만나면 제발 철 좀 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경금이 어른이라면 그 반대편에 있는 갑목은 아이와 같기 때문에 그들과 나는 상극이 된다. 하지만, 나는 외유내강이 되고 그들은 외강내유가 되어 내 고집을 꺾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 보면 외유내강인 갑목들이 참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착하고 여린 척 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맘껏 사는 갑목과 어른의 도리를 다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숨기고 해야 하는 경금에 비교하면, 갑목이 훨씬 이기적으로 보인다.

경금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겉만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와 같다. 겉으로는 존경받고 그럴 듯 해보이지만, 속은 이해받지 못해서 아프기만 할 것처럼 보인다. 겉이 단단한 사람들이 의외로 따스하고 정이 많다는 것을 음양오행의 공부를 통해 알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겉만 보는 어리석음을 행한다. 아이는 어른의 고충을 모르고 어른은 아이의 아픔을 모른다.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말하며 미워하지만, 우린 각자가 운명의 맞게 살며 함께 어울려야만 하는 존재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의미를 새기며 내가 감당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래서 자기 나름의 색깔을 자랑스럽게 뽐내고 타인의 색깔도 존중할 줄 아는 지혜가 갈수록 더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기 때문에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테니까 우리의 사고와 이해력도 더 늘어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