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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물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굳은 일은 국민 몫
노나라 출신 공자는 55세 이후 14년에 걸쳐 천하를 주유하는데 위나라를 먼저 들른다. 이때 수레를 몬 제자는 애증관계인 염유다. 계씨 집안을 위해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수탈해서 줬기 때문이다.
수레에 앉으신 공자께서 혼자말로 백성들이 많구나(子適衛 有僕 子曰 庶矣栽) 하니 말 수레를 몰던 염유가 듣고서는 묻는다. “이미 백성들이 많으면 또 무엇을 여기에 더하여야 합니까?” 공자께서 답하시길 “백성들을 부유하게 해 주어야지(曰旣庶矣 又何加焉 曰富之)”. 염유가 말하길 “이미 백성들이 부유하면 또 무엇을 여기에 더해야 합니까?”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旣富矣 又何加焉 曰敎之)” <論語子路>.
여기서 그 유명한 논어 499문장을 하나로 꿰뚫는 선부후교(先富後敎)의 가르침이 나온다. 논어에는 두 개의 가르침이 나오는데 교민(敎民)과 애민(愛民)이다. 이는 모두 부(富)를 전제로 한 가르침으로 관중의 실창지례(實倉知禮) ‘배가 불러야 예를 안다’의 단초가 되는 부국부민 철학의 출발이다.
제나라 환공(桓公)이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어찌해야 하오?”라고 묻자 관중이 답하길 “치미侈靡(치侈 크게 베풀어 미靡 많이 소비 한다)만한 것이 없습니다. 부자가 소비 하면 가난한 자들은 일자리를 얻지요(富者靡之 貧者爲之) 이렇게 되면 백성은 일자리를 얻어 먹고사는데 근심이 없나니 국가는 백성이 이렇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管子35편 치미侈靡>
관자의 실창지례(實倉知禮)란 “나라가 부자면 다른 나라사람도 찾아오며, 땅이 모두 개간되면 백성은 머물러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하며, 창고가 가득차면 백성은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하면 영욕을 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뒷말이 반전인데 “백성이 지나치게 부유하면 부리기가 어려우며, 지나치게 가난하면 염치를 모르게 된다”고 의미 심장한 말을 한다. 공자가 관중이란 사람은 그릇이 작구나(管仲之器小哉 論語八佾編)라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쉽게 말해서 관자는 출발은 가난한 을이었지만 자력으로 자수성가한 뒤에는 자생적 갑이 된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 22장에서 곡즉전 왕즉직(曲卽全 枉卽直)굽은 것이 도리어 온전하고 굽은 것이 펴지게 된다는 말로 쉽게 말해서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말쯤으로 회자되는데 성리학에선 등 굽은 소나무를 일반백성으로 보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춥고 배고프고 굳은 일은 모두 국민의 몫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