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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물

<우농의 세설>

<우농의 세설>

아름다운 동행

매산의 누이는 어릴 적 독서하는 오라버니에게 툭 하면 “아들 낳는 것이 인력으로 할 수 있음이 아닌데 그게 무슨 죽을죄라고 칠거지악에 넣는가?” 라고 따져 묻곤 했다.
매산은 홍직필로 삼은합고(三隱合稿) 서문을 쓴 이다. 홍직필은 임헌회의 스승이고 임헌회는 전우의 스승이다. 삼은은 야은전록생(漜隱田祿生), 뇌은전귀생(耒隱田貴生), 경은전조생(耕隱田祖生) 삼형제다.
특히 야은은 출처(出妻), 즉 이혼을 입에 담는 것조차 불경스러워했다. 일설에 삼봉이 조선경국전을 편찬할 때 이혼이란 단어가 없는 이유가 지난날 야은의 일침 때문이라 한다. 아내의 출처(出妻)에 대해 온몸으로 거부한 이가 또 있으니 도학군자 정암이다.
조선 초기 사림파의 영수 정암 조광조(趙光祖· 1482-1519)가 대사헌 선생위풍헌장으로 있을 때, 같은 해에 진사가 된 동기가 아내를 내칠 목적으로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묻자 정암이 정색을 하며 답한다.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며, 만복의 근원이니 관계된 바가 지극히 중요하다(夫婦 人倫之始 萬福之原 所關至重). 부인의 성품이 어둡고 앎이 없어 비록 잘못이 있더라도 군자로서는 바른 도리로 이끌고 감화시켜 함께 가정의 도를 이루어야 한다(婦人之性 陰暗無知 雖有所失 爲君子者 當率以正 使之感化 共成家道). 이것이 덕의 두터움이다(此是厚德). 도리를 다하지도 않고서 갑자기 쫓아내려 한다면 너무 야박에 가깝지 않으랴(如或未盡於表率之道 而遽欲去之 不近於薄乎). 하물며 이것은 한 집안의 윤리에 관한 일이니 외부 사람이 감히 논의할 수 없다( 況此一家倫理間事 外人不敢容議)”라며, 잘라 말한다.
칠거지악은 대대례기본명(大戴禮記本命)에 나오는데 주자(朱子)께서 소학(小學)을 찬(纂)하면서 소학이 사대부가의 필독서로 자리 잡으면서 칠거지악은 마치 유교 사회의 보편적인 관념인양 각인된다.
야은의 16대손 간재전우(艮齋田愚)는 대학 수신 장을 강(講)하면서 수신과 치국평천하 사이에는 제가가 있는데 제가가 기울면 수신도 평천하도 모두 무너진다했다. 천하를 움켜쥘리 만무한 범부에게 있어서 제가는 곧 치국을 평천하라기보다는 백년해로일 것이다.
불륜과 이혼이 들불처럼 번지는 작금의 세태에 “생사 함께 하자며(사생결활 死生契闊) 굳게 언약 했지(여자성설 與子成說) 손 힘껏 잡으며(집자지수執子之手) 함께 늙어가자고(여자해로 與子偕老)”시경(詩經) 격고(擊鼓)에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