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아침 까치울음소리를 들어서일까, 오랜만에 네덜란드에서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7년 전, 친구는 네덜란드 남성을 만나 재혼한 후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워낙 바지런한 친구는 낯선 이국땅에서도 씩씩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긴 수다 끝에 친구는 그곳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은 없느냐는 조심스런 질문에 ‘네덜란드어 발음이 너무 어렵다’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현실이 떠올라서 던진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국민대비 이주민의 인구가 2.5%를 넘기면서 다문화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국민적 자각으로 제정된 법이 ‘다문화가족지원법’이다. 이 법에 따라 국제결혼가족의 구성원은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 됐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총 혼인 건수(32만 6104건) 대비 국제결혼(3만 4235건)비율은 10.5%로 결혼한 10쌍 중 1쌍은 국제결혼이다. 이 중 89.2%가 한국남성과 외국여성과의 혼인이다. 그간의 추이를 보면 결혼이주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제정되고 다양한 서비스가 제도화된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필요조건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반면 2010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제결혼가정 폭력실태조사를 보면, 2009년 결혼이주여성의 부부폭력 발생률은 69.1%(부부폭력 피해율 58.6%), 신체적 폭력발생률은 17.3%(신체적 폭력 피해율 13.4%) 수준이다. 이는 이주여성이 문화차이에 대한 이해부족, 언어에 기인한 의사소통 장애, 부부간 세대차이 등으로 인한 가정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과 제도의 마련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다름’을 포용하는 이해와 배려, 이주여성 모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소통하려는 우리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이 법과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진정한 다문화사회의 가치와 구성원의 공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리라 믿는다. 수화기로 전해오는 친구의 잔잔한 행복감이 우리 이웃의 이주여성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