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리더십 29
성공하는 식당들의 특징 가운데 음식의 신선도를 잘 관리하는 원칙과 더불어 그날 소화해야 할 음식을 모두 소진하고 재고를 남기지 않는 것 이라고 한다. 식품의 맛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고 특수처리를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고 자신의 관리에 따라 그 수명의 가감이 있듯이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의 언행에 따라 그 관계의 상태가 이어지거나 단절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한 시간 후가 될지, 일년후 가 될지, 삼십년 후가 될런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죽음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하는 시간은 십 분이나 하루가 아니다. 우리의 생애 내내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얼마나 허망하게 인생을 끝내게 되겠는가?
본인은 물론 함께 사는 가족을 비롯해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아쉬움과 아픔을 주게 될 것이다.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것일수록 쉽게 상한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내 주장과 목소리가 신선한 우유처럼, 갓 구워낸 향긋한 빵 냄새처럼 타인에게 다가가려면 하루하루 관계의 유통기한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
항상 새롭게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자만이 신선하고 달콤한 맛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어제의 호흡으로 오늘을 사는 게 아니다. 오늘을 신선하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의 호흡이 필요하듯이 우리는 적어도 인생에 있어서만은 지금부터 수십 년 후까지 장․단기 계획을 모두 갖춰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에 있어 웰빙의 열풍과 더불어 식생활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도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대책 없는 메아리처럼 들린다. 바쁜 일상으로 정신없이 살다 지치게 되면 음식만큼은 가볍게 떼우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진다.
음식과 바른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도 개인적인 기호와 취향을 뛰어넘어 몸이 원하는 음식을, 몸이 원하는 방식으로 먹는 것도 쉽지는 않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만을 선호하거나, 거부했던 음식과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은 극단적으로 기피하게 된다.
또 미각신경이 화학조미료에 의해서 마비되어 버리면 혀는 조미료를 사용한 음식만을 맛있게 느끼고 자연 상태의 담백한 음식의 맛을 거부하게 된다. 인스턴트나 가공 음식들을 즐겨 먹거나 외식을 자주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각이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자신이고 자신이 없으면 세상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끼 식사에도 삶의 소중함이 결부되어 있기에 자신이 먹을 수 있다는 겸손함과 그 음식이 내게 주어지기까지 수고한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떤 강기슭에 커다랗고 튼튼한 참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비바람이 몰아쳐 홍수로 인해 강물이 불어나고 그 튼튼하던 참나무도 부러져서 떠내려가게 되었다. 한참을 떠내려가다가 강어귀에 아직도 싱싱하게 서 있는 갈대를 보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참나무가 물었다. “너처럼 연약한 갈대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고 서 있느냐?” 갈대가 대답했다. “저는 태풍이 올 때마다 고개를 숙였거든요.”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이다. 즉 타인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숨기는 행동이란 의미다.
따라서 자기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것이 겸손은 아니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가리는 것이 겸손이다.
자신을 위해 음식을 가려 먹는 것과 감사함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한 톨의 쌀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농부에 대한 감사함과 기근으로 굶주림에 죽어가는 지구촌 곳곳의 이웃에 대한
겸손함의 큰 표현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들로 인해 힘들어 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과 자신에게 들리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맛있고 귀한 음식일지라도 유통기한이 있듯이 우리의 삶 또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고 천상병 시인의 시 ‘소풍’처럼 오늘의 삶이 소풍이라 생각하고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 너와 내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갈 이유인 것이다. <마지막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