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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그래요, 우리 모두가 가해자입니다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 故 노무현 前대통령을 추모하며

산중 그림자가 깊어질수록 더욱 흐드러지게 피었던 찔레꽃. 누가 순백의 찔레꽃을 보면서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다 했나요. 찔레꽃 향기는 왜 그토록 슬퍼야 했고, 또 밤을 새워 울어야 했단 말인가요.

찔레꽃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 땅의 영원한 대통령, 당신을 찔레꽃이라 부르렵니다. 내 아비와 똑같은 예순 셋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다 스러져간 노무현 전 대통령님. 찔레꽃처럼 아무도 돌보는 이 없었고, 따듯한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었던 내 아비와 당신을 동일시해봅니다. 그래도 당신은 용서하시겠지요. 내 아비와 당신은 내 인생의 희망이자 주인공이셨기 때문입니다.

가뭄과 홍수로 세상이 갈라지고 무너져도, 척박한 대지 위 가시덤불 속에서 순백의 꽃불을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주셨던 당신도 이제 떠나셨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수년 전 아비를 떠나보냈던 슬픔보다 더 가슴이 아팠고,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몇날 며칠 술을 마셨고, 몇 년 동안 끊었던 담배까지 줄로 피웠습니다. 당신을 좀 더 아끼고 지켜드리지 못한 자책감도 컸지만, 그것보단 우리 모두가 당신의 외로움과 죽음을 방조한 진짜 가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이솝우화의 개구리 나라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쾌적한 연못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죠. 그러나 왕이 없어 불안했습니다. 어느 날 개구리 대표들은 제우스신에게 왕을 보내달라고 탄원을 했습니다. 제우스신은 커다란 통나무 한 개를 연못에 떨어뜨렸습니다.

처음에 개구리들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통나무 위에서 햇볕을 쬘 수도 있었고, 먹잇감도 풍성하게 모이는 아주 훌륭한 장소였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통나무 대왕이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구리들은 점점 통나무를 비웃다 못해 무례함까지 범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들은 다시 한 번 신에게 불만을 털어 놓았죠. 그러자 개구리들의 불평에 화가 난 신은 커다란 물뱀 한 마리를 왕이라며 연못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대한민국 역시 개구리 나라와 비슷합니다. 통나무 대왕 같은 바보 대통령을 바꿔달라며 숱한 무례함을 범했었죠. 새 세상이 올 줄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신의 장난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을 비롯한 검찰과 언론의 집단적 광기를 보면서도 누구하나 반기를 들거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히틀러 밑에서 수백만 명의 유태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가해자인 나치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정작 우린 수백, 수 천만 명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으니 얼마나 잔혹한 일입니까. 당신의 죽음은 이 사회와 정치, 그리고 국민 모두가 지켜주지 못해 발생한 타살임에 분명합니다. 우린 모두 당신을 죽인 가해자들입니다. 당신이여! 제발, 저 세상에서라도 용서를 바랍니다.

이제 당신과의 이별의식은 끝났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바보 대통령이시여.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당신을 영원히 떠나보내지 아니했다는 것입니다. 찔레꽃처럼 향기로운 촛불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