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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아쉬움… 미안함,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故 노무현 전대통령 추모 | 구별 분향소 스케치

   
 
고인 사진인쇄 된 추모 글, 수 천여 장
■ 처인구 통일공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전국 각 지역 연락사무소마다 분향소를 설치한다는 민주당의 내부 지침에 따라 처인구 우제창 국회의원 사무실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후, 시민들의 접근성 등을 고려해 용인시 측의 협조를 얻어 통일공원에 시민 분향소도 마련됐다.

통일공원 분향소 개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지역 주민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손수 마련해 온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추모편지도 한 장 한 장 분향소 주변을 덮어갔다.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몇몇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인쇄한 종이에 글을 써 붙인 것이 대부분의 조문객에게 전파되며 종래에는 수 천여 장으로 불어났다.
분향객이 늘어나며 자원봉사자는 물론, 시민들을 위한 음료와 국화 꽃 등 각종 물품들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자원봉사 동참과 각종 물품지원이 이어졌다. 한 자원봉사자는 “노 전 대통령님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행렬에 가슴마저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윤정(여·고림동)씨는 “노 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위기를 믿음으로 지켜냈기에 이번에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 ”라며 “환하게 웃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그립다”고 흐느꼈다. <관련 동영상 본지 홈페이지 참조>

우제창 국회의원도 “노 전 대통령께서 민주주의의 파탄을 몸을 던져 막은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뜻을 후배 정치인들이 반드시 바로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노란 리본 ‘홍수’…중국교포 눈물 분향도
■ 기흥 신갈5거리
용인시의 관문이자 기흥의 상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신갈5거리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는 일반시민과 학생들의 추모가 줄을 이었다.

특히 신갈 5거리는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유세를 펼친 바 있어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분향소로 여겨졌다.

이곳 시민 분향소는 2002 대선 당시 용인 ‘을’선거구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학민 전 사학진흥재단 이사장과 시의회 김민기 민주당 대표가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 시민 분향소는 매일 저녁 퇴근길 시민들과 학생들의 추모열기로 100m이상씩 기다리다 분향을 마치기도 했다.

이곳을 찾은 학생과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에 추모글을 남겨 신갈 5거리 일대를 노란 물결로 물들였다.

또, 밤 늦은 시간까지 분향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분향 후에도 촛불을 밝히며고인에 대한 그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주 아무개씨(32·동백)는 “노 전 대통령 재임당시에는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과 정책 등으로 신뢰하지 못한 바 있었다”며 “하지만 새 정권이 들어선 후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알게 돼 죄송한 마음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김학민 전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유는 그가 추구했던 가치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로 판단돼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민기 의원은 “솔이 푸른 것은 겨울이 온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께서 영원한 숙제를 남겼다고 생각되며, 이로 인해 독립운동의 계기가 마련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신갈 시민분향소의 경우 중국 교포들의 조문이 줄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5일 한 중국교포의 경우 “노 전 대통령께 감사하다”며 조의금을 두고가는 가하면, 한 교포는 중국 황제에게 하는 전통 제례를 연출하기도 했다.

분향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도움으로 분향소를 잘 운영할 수 있었다”며 “이 기간 시민들이 건넨 조의금은 영결식 후 노 전 대통령 명의로 의미있는 곳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산인해…“대통령님, 편히 가세요”
■ 수지 죽전역
수지구 죽전역 입구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수지구 분향소의 경우 인근의 다른 분향소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 눈길을 끌었다.

차례를 기다려 헌화와 분향에 나선 일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보자 눈물을 훔치고 오열을 하기도 했다. 이병오(35·풍덕천동)씨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남달리 예뻐하던 손녀를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지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녀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윤미(41·풍덕천동)씨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당시에도 서울로 가 촛불을 들은 적이 있었다”며 “그때는 눈물도 많이 났는데 이제는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지킨 이우현 시의원은 “수지 분향소의 경우 시간대와 상관없이 많은 주민들이 줄을서서 분향을 기다렸다”며 “솔직히 수지지역에서의 추모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지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적어놓은 추모 글을 보며 스스로도 뉘우친 바가 크다”며 “노 전 대통령님이 추구했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