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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이 겨울에게 쓰는 편지

형님! 어제 밤엔 용인의 글쟁이들이 모였습니다. 용인문학회 회원들이 <용인문학12호> 발간을 자축하는 자리였지요. 소설 토정비결 작가이신 이재운 선생님을 비롯한 젊은 시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용인을 지키는 지역 문인들이 함께한 귀한 자리였습니다.

그리운 형님! 저희 용인문학회 사무실 기억하시죠? 지하실이라 여름철만 되면 곰팡이 냄새로 얼룩졌던 그곳.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용인문학회가 창립된 1996년, 형님은 제가 사무실이 없어서 고민할 때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사무실을 얻어주셨죠. 그렇지만 1년 만에 월세를 못내 보증금까지 털어먹고 쫓겨날 판이 됐고, 그때 형님은 또 다시 지금 저희가 쓰고 있는 사무실을 소개해주셨죠.

그때부터 40여 평의 사무실을 무료로 쓰게 된 거죠. 사실 지금은 저희 용인문학회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합니다. 전국에서 저희 같이 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활동하는 문학단체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 작가들이 용인문학회에 오면 모두들 깜짝 놀라곤 하죠.

모두 형님 덕분이랍니다. 제가 감히 용인문학의 성지라 부르는 그곳에서 이 나라의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거든요. 형님은 20년 전부터 무모할 정도로 문예운동에 집착했던 저를 지켜보셨죠. 그런데도 단 한 번 만류하시질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늘 든든한 후원자이셨죠.

항상 저에게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칼보다 펜이 강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주셨죠. 아울러 ‘용인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분이죠. 저는 어렸지만, 형님은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이었습니다. 형님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지금도 제가 가장 존경하고 의지하는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형님은 저와 세상에서 술을 가장 맛있게 많이 마셨던 술친구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 뿐만이 아니었죠. 형님은 정말 사람을 사랑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용인이야기라면 누굴 만나도 밤낮 없는 격론을 벌였고, 올곧은 삶을 위해 숱한 위안과 고민을 되풀이해야만 했던 나날들이 있었죠. 그래서 글쟁이들이 모였던 그날 형님이 더욱 그리워졌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계셨다면 분명히 우리 글쟁이들한테 뜨거운 한 말씀 하셨겠죠. 아마 작가들의 역사적 책임과 애향심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으셨을 겁니다.

“비록 나는 시인은 아니지만, 이 가슴만큼은 당신들 누구 못지않게 뜨겁다고…”
아닙니다. 형님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인이셨고, 혁명가이십니다. 사실 요즘엔 정신이 피폐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나라의 정치판이나 경제상황 등을 보면 더욱 암울해지고, 용인 역시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기에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거든요.

사랑하는 형님! 여행 중에 보내주신 용인신문 16주년 축하메시지 잘 받았습니다. 감사한 마음 가득하지만, 과분한 칭찬과 기대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언론도 문제지만, 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 또한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걸 맞는 변화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역 언론의 근본은 쌍방향의 지역사랑이 전제되어야 하거든요.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사 책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인 독자들의 사회적 책임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언론정책이나 기업의 자본력 또한 언론환경을 좌지우지 하지만요. 암튼 형님도 이젠 언론에 대한 사회적 책임, 즉 지역언론과 시민과의 상생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형님! 이제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구요. 조만간 형님과 술 한잔 하면서 용인이야기를 실컷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