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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용인찬가 새로 만든다고 ?

이인영 /전 용인문화원장

용인시 당국에서 용인찬가를 새로 만들기 위하여 가사를 공모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굳이 묻지 않아도 기존의 용인애향가는 현대적 감각이나 젊은 세대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든지 곡조가 시대에 뒤 떨어져 어디엔가 엽전 냄새가 배어 있기 때문에 애창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쪽에서 동티가 나 있음을 그 배경으로 하여 발상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이와 같은 문제에는 전철이 있다. 80년대 초 부임한 박 모 군수는 당시 군민의 여론임을 전제로 하여 용인찬가를 새로 만들라고 하였다.

그래서 작곡가를 물색하던 중 “푸른 하늘 은하수”를 작곡한 윤국영인지 하는 분을 찾아가서 기왕의 애향가가 있는데 “좀 그러함으로” 작곡료는 섭하지 않을 정도로 드릴 테니 온 군민이 애창할 만한 참신한 노래를 하나 작곡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기존의 용인애향가악보를 제시하였다. 그분은 즉석에서 피아노를 연주해보더니만 느닷없이 한다는 말씀, “당신네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요 이 곡이 어때서 다시 만들어, 우리나라 전통 굿거리장단에다가 팔분의 육 박자 민요조의 이 곡이면 용인군민이 부르고도 남을 만한데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아시오. 무지해도 분수가 있지, 내 말 못 알아듣겠으면 시킨 사람 오라고 하시오” 돈이고 뭐고 너무한다 싶도록 호되게 교육을 받고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린 이후 지금 용인시에서 똑 같은 소리 들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애향가는 1950년대 제 5대 유인상군수가 착상하고 5·16이후 재건운동본부장을 역임한 수원농대 교수가 작사를 맡았고 조승저라고 하는 음악교사가 작곡한 것으로 애국가 말고는 지방단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작곡된 애향가이며 그동안 반세기를 넘게 용인사람들이 애창해 온 곡이다. 굿거리장단에 전통 민요조의 이 곡은 당 시대 용인의 소중한 정서가 배어 있는 곡이고 가사 내용에서도 “천만대 이어나갈 복지 여기”가 용인임을 밝히고 있다. 이 노래가 제정 될 당시는 한국전쟁이 치열할 때이고 국민소득 백 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 시절에 용인사람들에게 애향심을 뿌리내리게 하고 삶에 희망을 안겨주려 했던 곡이다.

이 전통을 살려서 용인시민들이 함께 애창할 수 있도록 합창곡이나 듀엣이나 중창곡으로 편곡하면 얼마든지 훌륭하게 가꿀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찬가를 새로 만들어 자동 사장시키겠다는 말인가? 지난 해 시민의 날 식전에 용인 혼성합창단 테너 파트가 부르던 애향가 음정 한곳이 틀리게 불려지기는 하였지만 아주 씩씩하고 경쾌하였고 흥겨웠음을 느꼈다.

용인 찬가를 새로 만들었다고 시민들이 저절로 흥겨워하고 애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용인아가씨란 곡도 있었고 용인찬가라는 곡을 만들지 못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그런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시민의 정서를 사로잡지 못하여 사장되고 있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이 질질 늘어지고 처절하며 통곡조라고 나무라는 사람이 있던가? 뉴질랜드 마오리족들이 부르는 민요 연정가는 마오리족이 선진 문명족의 노래라서 세계인이 애창하는 가, 개성이라는 게 있다.

반세기의 연륜과 무게가 실린 용인 애향가는 뽕짝 트로트 보다는 기품이 있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우리의 가락이며 장단이며 개성이 살아있는 곡임을 잊어서는 안 되며 이 또한 선대가 물려준 소중한 무형의 자산임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국민소득 일백 달러 시대에 용인애향가를 만들었다면 지금 2만 달러 시대에 걸맞게 오케스트라 연주 용 심포니 “용인 판타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더 현대적이고 발전적이며 ‘세계최고 선진용인’의 위상에 맞는 일이 될 것이며 용인문화를 성숙시키는 사업이 될 것이다.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용인찬가를 새로 만드느니 차라리 용인애향가 노래비라도 만들어 용인시민의 오랜 전통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