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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백남준 미술관과 용인시

오는 20일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고 백남준 선생의 탄생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백남준 선생의 미망인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찾은 백남준의 드로잉 작품에는 74세까지 살고 싶다고 쓰여 있다. 그는 진짜 자신이 써 놓은 대로 74세 되던 해인 지난해 1월 마이애미에서 세상을 떴다. 그 글을 쓸 때가 64세였는데 74세라는 것은 막연히 10년 후를 생각하며 낙서하듯 쓴 것일테고, 그는 실제로는 2012년까지 살고 싶어 했다. 그 해가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평소 백남준은 그들이 함께 걸어온 길의 마지막 결정체를 콘서트로 만들어서 추모 공연을 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미망인은 그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간 것을 안타까와 한다. 구보다 시케코는 존 케이지가 남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이라며 2012년에 용인 백남준 미술관에서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과 백남준을 위한 콘서트를 하면 좋겠다고 한다.

내년 7월이면 용인 기흥구 경기도박물관 옆에 백남준 미술관이 오픈한다.

벌써부터 미망인은 2012년의 용인 백남준 미술관에서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아니 2012년까지 가지 않는다. 당장 내년에 백남준 미술관 오픈에 맞춰 마북동에 위치한 한국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전을 하고 싶어 한다. 일본에서는 난리지만 구보다 시케코는 한국미술관의 김윤순 관장과 백남준, 그리고 자신의 깊은 인연으로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전시할 마음에 들떠 있다.

그런데 용인시는 딱 1년밖에 남지 않은 내년의 그 큰 행사를 앞두고도 잠잠하기만 하다. 달랑 백남준 미술관 하나가 외딴 섬처럼 어수선한 도시 가운데 떠있을 뿐이다.

혹 백남준 미술관 건립이 경기도 사업이라고 경기도에만 밀어두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백남준 미술관이 용인에 건립됨으로써 용인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상승하리라는 것을 모른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고, 안다면 여전히 이토록 수수방관 하는게 잠잠한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전 김문수 지사 취임 1주년 행사에서 발표된 경기문화비전에 백남준 ‘참여와 창조 센터’ 운영 및 국제실험 예술제 개최라는 사업이 들어 있는게 눈에 띈다.

용인은 벌써부터 백남준팀이라도 만들어 백남준 미술관 오픈을 앞두고 병행돼야 할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백남준 미술관이 생기면 이게 왠떡이냐며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비롯 이로 인한 관광사업과의 연계 등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할 사업이 어디 한 두가지 이겠는가.

‘세계최고 선진용인’이라는 슬로건이 용인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용인시를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세계적인 백남준 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윤순 관장의 말처럼 용인시는 말로만 세계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고를 만들어 줄 좋은 아이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소한 용인시민이라면 백남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도 안 되면 기흥구 주민만이라도. 용인에서는 백남준에 대한 어떤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시모노세키는 복어로 유명하다. 복어유통의 70%정도가 시모노세키를 거친다. 그 도시는 복어동상부터 복어현수막 복어가 그려진 맨홀 뚜껑까지 온통 복어 일색이다. 그도 모자라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는 복어요리 만드는 법까지 실렸을 정도다. 그 지역 사람들은 복어에 올인 해 있고, 누구든 복어에 대한 지식이 입에서 술술 나온다.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 백남준도 용인을 도배하고 용인시민의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