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4 (금)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술 마시는 공무원이 그립다

충북 괴산군의 ‘음주문화상’이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판적 수위를 높였고, 다양한 형태로 음주문화상을 희화화했다.

어느 시민단체는 임각수 괴산 군수에게 회초리 전달식 퍼포먼스까지 계획했단다. 괴산군은 무슨 엄청난 도덕적 결함이나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사상 유래 없는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만 했다. 괴산군청 공무원들, 아마 홧김에 술 마셨어도 좀처럼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나마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주당들을 위안했던 언론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괴산군은 지난 1일 오전 정례 직원조회에서 A(5급)과장과 B(6급)계장, C(7급)씨 등 직원 3명에게 “직원 화합과 지역 경제 살리기에 헌신해 활기차고 풍요로운 괴산 건설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적힌 공로패를 각각 전달했다. 이들은 부상으로 건강 팔찌(2만원 상당)를 받았으며 연말에는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2박3일) 여행도 가게 됐다.

괴산군은 11개 읍면, 14개 실과 64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명을 추천받아 직원들의 여론을 들은 뒤 공적심사위원회를 거쳐 이들을 선발했다. 술 마신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을 가져왔거나 불건전한 술자리를 한 후보자는 제외됐다. 공로패를 받은 공무원들은 일주일에 평균 3, 4차례 이상 술자리를 하는 주당들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들은 일제히 해괴한 행정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보도를 했다. 특히 어느 유력 일간지는 한술 더 떠 수상자 중에 음주운전 경력 공무원이 있다고 속보까지 썼다. 어디 그 뿐인가. 임 군수는 인터뷰 도중 말꼬리를 잡혀 또 다시 구설수에 올라야만 했다.

기자 역시 처음 이 뉴스를 들었을 땐 그냥 웃음이 나왔다. 논란이 되면서부터는 상식의 범위 안에서 이해하고 싶어졌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하는 동정심의 발로였을까. 사실 도시지역 지자체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과연 요즘 어떤 공무원들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지역사회 안에서 술 먹어가며 대민행정을 펼친단 말인가…. 물론 예외인 사람과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하겠지만.

괴산군의 행정구역 면적은 842.19㎢로 서울특별시의 605.41㎢보다, 용인시의 591.5㎢보다 훨씬 넓다. 그런데 인구는 지난 4월말 현재 3만7349명에 불과하다. 이중 65세 이상 노인이 9605명이란다. 인구 80만 명을 육박하는 용인시와 비교하면 1개 동 수준에도 못 미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괴산군은 35명산(名山)과 청결고추, 씨감자와 대하 옥수수 등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래서 기자는 괴산군이야말로 적극적인 농촌행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멀리서나마 괴산군수의 파격적인 행정과 혜안에 막연하게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물론 술 문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겠지만, 논공행상이나 정치적 꼼수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더군다나 집단민원 해결을 위한 대민행정과 조직화합을 이유로 공무원들이 살신성인하는 자세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용인시의 경우 도농복합시임에도 심각하리만큼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이번 사건이 촌극처럼 보일지라도, 공무원 3%를 솎아내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쓰는 도시지역 행정에 비하면 얼마나 신선한가. 그래서인지 괴산군의 ‘음주문화상’ 시상이 기자에겐 모처럼 따듯한 뉴스였음을 고백한다. 비록 이번 시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몰라도. 술 권하는 사회, 술 마시는 공무원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