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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이야기/진정한 목민(牧民)의 길은.

“나라에는 네 가지 강령(四維)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고, 세 가지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가지가 끊어지면 망한다. 기울어지거나 위태롭거나 뒤집어지는 것은 바로 세울 수 있지만, 망한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

사유의 첫째는 예(禮), 둘째는 의(義), 셋째는 염(廉), 넷째는 치(恥)다. ‘예’란 절도를 넘지 않음이고, ‘의’란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음이고, ‘염’이란 잘못을 은폐하지 않음이고, ‘치’란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절도를 지키면 윗사람의 자리가 편안하고,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으면 백성은 교활함과 속임이 없고, 잘못을 은폐하지 않으면 행실이 저절로 온전해지고,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으면 사악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중국의 고전 ‘관자’ 제1편 ‘목민(牧民)’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5000년 역사에서 최고의 정치가로 꼽히는 관자(기원전 약725~645년, 자는 중仲)는 우리에게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져 있다. 관중은 제(齊)나라 환공(桓公)에게 활을 쏘았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환공은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제나라를 최강대국으로 만들었다. 물론 환공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실용주의적 정치인인 관중의 뛰어난 경제마인드와 국제외교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정약용과 같은 실학자도 관중을 매우 높게 평가해 ‘관자’를 많이 참고했다. 정약용의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에 나오는 ‘목민’이란 말도 관자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중국이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이 시점에서도 2500년이 넘은 기원전의 고전인 ‘관자’를 국가경영 지침서로 사용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자에서 유독 기자의 눈에 띄는 분야는 사회복지 정책이다. 관중은 제나라에 들어와 40일째 되는 날까지 아홉 가지 시혜 정책을 행했다. 첫 번째는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일, 둘째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 셋째는 고아들을 구휼하는 일, 넷째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 다섯째는 홀로 된 사람을 결혼시키는 일, 여섯째는 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일, 일곱째는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일, 여덟째는 흉년 때 고용인들을 보살펴 도와주는 일, 아홉째는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이었다.

현대사회에서도 하기 힘든 일들을 기원전에 이미 구체적인 복지정책으로 입안했으니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70세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아들 한 명의 수자리(征役:조세와 부역)를 면제하고, 3개월마다 고기를 준다. 80세 이상은 아들 두 명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달마다 고기를 준다. 90세 이상은 집안 모든 사람의 수자리를 면제하고, 날마다 고기를 준다. 그리고 이들이 죽으면 나라에서 관까지 제공한다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요즘 저 출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출생 장려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관중은 그 시절부터 이미 세 아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부인의 세금을 면제해주고, 네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집안 전체의 세금을 면제해주고, 다섯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보모를 붙여주고 두 사람 분의 음식까지 제공했다. 물론 기간은 아이들이 다 자랄 때까지다.

관중은 이밖에도 고아와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구제하는 방법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21세기의 이 땅에서 아직까지도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리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판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고,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더군다나 올해 연말엔 대통령 선거까지 있어 갈등과 분열이 적잖게 판을 칠 것이다. 제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치 지도자들은 권력의 야욕에만 눈멀지 말고, 진정한 ‘목민(牧民)’의 길이 무엇인가를 먼저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