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화폭으로 다시 시작한 ‘제2의 인생’

   
 
“연필을 깎고 스케치를 한 뒤 하나하나 색을 입히면서 변화하는 그림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지난 13일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 모든 것이 변해가는 계절 용인문예회관전시실을 찾았다. 전시장 작품 속에는 화병에 담긴 꽃부터 집 앞의 우체통까지 우리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특별한 느낌들의 작품들과 덧칠된 캔버스들이 곱게 액자 옷을 입고 걸려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작품전의 주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작품전의 주인공은 신덕균(70), 구영희(65)부부, 미술이라곤 구경하는 것뿐이 몰랐던 부부는 6년 전 지인의 소개로 문화원 서양화교실에 우연하게 발을 들여 놓았다.

“정년퇴임을 하자 잠시 공허함에 잠겼는데 아내의 권유로 같이 서양화 교실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하는 신씨는 1964년 양영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교편을 잡은 후 지난 2000년에 설봉중학교에서 교장으로 37년의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정년퇴임을 했다.

“같이 서양화를 배우자고 했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줘서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는 부인 구영희씨는 “그림을 시작하면서 남편 칠순 때 전시회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

부부는 6년 전 서양화교실에 나가면서 단 하루도 수업을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 등산 중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 수술까지 하고 부인은 그림을 그리는 도중 쓰러져 입원까지 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접을 수가 없었다.

부부를 지도한 이경성작가는 “부부가 전시회를 갖는다고 해서 작품을 선정하러 갔더니 100점이 넘는 작품들이 있었다”며 “6년 전 연필 깎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부의 열정에 감동한다”고 말했다.

같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부부는 더욱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부부는 집 앞에 놓인 우체통은 물론 뒷산에 곱게 익은 낙엽, 담장아래 곱게 핀 꽃들, 장독대 등 흔하지만 익숙한 것들은 물론 그리스, 알프스 풍경 등 이색적인 풍경들도 화폭에 곱게 담아낸다.

무엇이든 함께하려고 한다는 부부는 “전시회까지 가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보람도 느끼고 그 동안 아름답게 살아 왔다는 행복감도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여유로운 웃음과 따뜻한 표정이 아름다운 부부, 제2의 인생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화가가 되거나 섦洑?사람이 되려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고 즐겁게 살기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는 신씨는 “일 할 때는 뒤에서 아낌없는 내조를 해주고 정년퇴임 후에 그림이라는 기회를 잡게 해 준 부인에게 표현하기 힘들만큼 감사하다”고 말한다.

부부의 전시회장에 아름다운 작품뿐만 아니라 부부의 애틋한 애정과 행복한 노년 생활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신덕균, 구영희 부부의 전시회는 용인문예회관 전시장에서 1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