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한 세대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용인신문은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여론을 형성하는 공적 책무를 수행해 왔다. 이는 자부심이자 보람이지만, 동시에 감당해야 할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오늘날 지역신문이 직면한 현실은 단순한 경영난이 아니라, 지역 저널리즘의 존립 가치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도전이다. 현대 미디어 생태계는 이미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포털과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뉴스 유통을 장악하면서, 공공성과 진실성보다는 클릭 수와 트래픽이 가치의 기준이 되었다. 이 비대칭적 구조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 자극적인 소문, 심지어 허위 사실까지 ‘뉴스’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그 결과, 사실 확인과 균형 잡힌 분석을 원칙으로 삼는 전통 언론은 속도와 자극을 앞세운 유사 매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잠식하고 공론장을 파편화시켜, 결국 지역 공동체를 병들게 하며 가장 먼저 지역신문에 타격을 준다.
따라서 최근 경기도의회와 국회에서 논의되는 지역언론 지원 방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경기도의회의 ‘지역신문 발전 조례’ 제정 제안이나 국회 토론회에서 제시된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단순히 위기에 처한 언론을 구제하는 시혜적 조치가 아니다. 이는 붕괴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고, 민주주의의 필수 인프라인 지역언론을 재건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신문을 민간 기업의 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건강성과 민주주의의 기초를 떠받치는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시민이 직접 신뢰하는 매체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곧 지원으로 이어지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일방적인 포털 방식과 달리 공정한 절차만 보장된다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지방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민주주의의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능이 마비되면, 지역은 외부 시각에 종속되거나 내부 소통의 부재로 활력을 잃게 된다.
지난 33년간 용인의 역사를 기록해 온 용인신문 발행인이자 경영자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역언론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것임을.
제도적 안전망은 지역언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진정한 존립 기반은 지역 공동체와 독자의 신뢰와 지지에 있다. 법과 제도가 토대를 제공하고, 그 위에서 시민의 관심과 성원이 자양분이 될 때, 비로소 지역신문은 공동체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지역신문이 쓰러지면 지역민의 목소리도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무너진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신문의 숨통을 틔워야 할 때다. 그것이 곧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