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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

국경을 넘는 협력을 통한 기상레이더 기술의 발전

용인신문 |

기상청장 장동언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함께라면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라는 테레사 수녀의 명언은 협력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인류가 단순한 무리 생활에서 벗어나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협력이었다. 서로의 지혜와 능력을 모아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재의 글로벌 공동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협력은 아주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상 기술의 발전 과정을 이야기할 때도 협력은 빼놓을 수 없다. 여러 분야의 많은 이들이 협력하여 지금의 현대화된 기상 기술을 이룩하였고, 오늘날에도 기상 기술은 다양한 국제적 협력을 통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기에, 한 지역의 기상 현상은 인접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일상적인 날씨 예보부터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 대응,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까지 모두 국경을 넘어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기상 관측 자료의 공유와 협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 기상청 역시 세계기상기구(WMO)의 회원국으로서 전 지구 기상 자료 교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관측 자료의 수집 영역을 전 세계로 확장하며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겨울철에는 차고 건조한 북서풍,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불어온다. 이러한 기상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상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주변 국가들의 기상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태풍이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이동 경로나 강수 영역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에서 접근하는 강수 구름의 움직임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기상청은 다양한 국가들과 기상레이더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1999년부터 일본과 기상레이더 자료 공유를 시작하여 현재는 11개 지점의 자료를 교환하고 있으며, 중국과는 2006년부터 협력해 현재 10개 지점의 레이더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대만, 홍콩 등과도 자료를 교환 중이고, 국내에 있는 미국 공군의 기상레이더 자료도 활용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광범위한 기상레이더 강수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국제 협력은 기상레이더 기술 교류 측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기상청과 정기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2013년부터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와 기상재해 예방을 위한 레이더 기술을 교류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대만 국립중앙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3차원 입체 바람 자료 생산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올해 8월부터는 미국의 선진 레이더연구센터와 협력해 차세대 첨단 기상레이더인 위상배열레이더 활용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러한 다양한 국가와의 기술 교류는 우리나라 기상레이더 기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국제적인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상레이더는 특정 지역의 기상 상태를 감시하는 데에 필수적이지만, 하나의 레이더만으로는 광범위한 기상 현상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상청은 여러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세계 각국의 기상레이더 관측망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여 더욱 정확하고 광범위하게 기상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기상 예측의 정확도 향상과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각국의 기상레이더 설치 및 유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앞으로도 기상청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상레이더 기술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상 기술 분야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함께라면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되새기며 지속적으로 국경을 넘은 협력을 해나감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인 기후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