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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을 뇌물로 보는 사회

본지 발행인

 

용인신문 | 사업가가 지역사회에서 벌어들인 이익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정 기탁하고 싶다는데 행정기관에서 몇 달 후 기부금 심사를 한후 가부를 결정짓겠다고 한다면 과연 기부를 하고 싶을까?

 

현행 청탁금지법과 국민권익위원회 권고 사항에 의하면 고액의 기부금을 지자체에 지정 기탁할 경우엔 기부금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심사 내용은 사업가가 지자체와 관련된 인허가 업무 등을 하면서 장학금이 청탁성(뇌물성)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장학금 기탁 시간을 전후로 해당 지자체와 연결된 사업을 하고 있다면 기탁을 거부하거나 보류하다고 한다. 실제 사업가 A씨는 몇 년 전 용인지역에서 사업이 완료된 후 순수한 마음으로 수익금 일부를 용인시장학재단에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 측은 3개월을 기다린 후 기부금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게다가 장학금이 아닌 또 다른 방법도 있다는 등의 묘한 뉘앙스까지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사업가는 과거에도 아무 문제 없이 고액의 장학금을 기탁했던 바,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2024년 2월 1일 기준 ‘용인시장학재단 기탁자 현황’을 꼼꼼히 들여다 본 결과, 확연하게 느낀 점은 기업가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부금이 매우 적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가장 어른 대접을 받는 용인시장과 국회의원들의 장학금 기탁 사례를 찾아본 결과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유일하게 제6대 김학규 용인시장만 현직 시절 장학금을 기탁한바 있고, 일부 시의원들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용인지역에 수많은 기업이 있고, 대규모 개발행위를 통해 이익금이 발생했지만 사회 환원의 상징인 장학금 기탁 현황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수 없었다. 듣기로는 본사가 용인이 아니면서도 용인지역에서 아파트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많지만, 그들의 명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돈만 벌어간 것인지, 해당 아파트나 지역사회에 또 다른 환원 사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그랬다면 기존 청탁금지법과의 형평성에도 배치될 수 있다.

 

물론 용인시에서도 수 많은 오피니언 리더가 장학금 기부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매우 미약하다. 유독 선거철이면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서 정치자금을 마련해 온 정치인들이 많았는데, 그중 장학금 기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것이 바로 용인지역 기부문화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장학재단은 시 출연기관으로 현행법상 장학금 모집 홍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과연 청탁금지법을 여기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장학금을 냈다고 부정하게 인허가를 해줄 공무원들이 요즘 세상에 있기는 하단 말인가.

 

잘못 생각하면 청탁금지법이 기업체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법을 빌미로 사업가들에게 공식적인 기부 활동을 못하게 만들거나 물밑 거래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드러나지 않게 또 다른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정부와 행정당국은 좀 더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