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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초대장과 부음

 

용인신문 | “그날의 기쁨과 감격과 감사가 어제 같은데 ◯◯가 결혼합니다. ◯◯◯ 올림.”

 

금요일 이른 아침,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날아온 지인의 간단한 결혼식 초대장 문구다. 구구절절 쓰인 일반적인 초대장과는 달리 시크한 분위기다.

 

더군다나 그 밑에는 초대의 말보다 몇 배 긴 ‘축의금에 관한 안내’라는 문구가 몇 단락으로 나뉘어 첨부되었다. 보통의 결혼식 또는 부고장을 보내는 사람들은 간단한 문구와 함께 계좌번호를 링크해서 첨부한다. 가족별로 나누어 몇 개의 계좌번호를 넣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도 축의금과 조의금에 대한 찬반 여론은 반반이다.

 

그런데 지인의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축의금에 관한 안내’ 문구 때문이다. 첫 번째 안내는 ‘참석하는 경우’로, 함께 식사해 주실 때만 ‘5만 원’의 현장 축의금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거기엔 “식사를 제가 모셔야 하는데 형편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괄호 안 양해 문구가 있었다. 두 번째는 ‘참석 못하시는 경우’로 “모든 축의금은 진심으로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강조형’ 문구였다. 지인은 다음에 한 구절을 더 보탰다. “휴가철 토요일이라 꼭 오시라고 못하고, 다른 일정 방해드리고 싶지 않아 일부러 결혼식에 임박해서 소식 전합니다”라고.

대신 “기쁨을 함께해 주시는 축복의 메시지만은 욕심 내겠다”면서 “문자나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주시면 소중히 오래 간직하고 딸 부부와 함께 공유하겠습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었다.

 

그는 마지막에 또 한번 강조하듯 “결혼하는 청춘들이 꽃들이라 따로 화환도 필요 없고, 형편에 맞춘 결혼이라 별도의 축의금도 진심 사양하니 축하 메시지로 대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로 다시 한번 완곡한 의지를 엿보였다.

 

짧은 메시지 내용을 곱씹으며 맨 밑에 있는 결혼식 날짜를 보니 초청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서울 마포 어디쯤이었다.

 

기자가 이 글을 쓰는 계절이 여름철임에도 매 주말, 심지어 다음 달 주말까지 벌써 몇 개의 결혼식 초대장이 도착해 있다. 나 역시 친인척이거나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인터넷 뱅킹을 통해 축의금만 보내고 있다. 그래서 결혼식 전날 보내온 이번 초대 메시지는 적잖은 감동의 순간이었다. 정말 각별한 지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야속함도 솔직히 있지만, 진심 어린 축하의 글을 보낼 것이다.

 

그런데, 이글을 끝낼 무렵 사랑하는 후배의 부음 문자를 보며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후배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는 본인의 부음이었다. 결혼식 초대장의 감동과 후배의 죽음으로 희비가 교차하는 금요일 오전. 존경하는 지인의 딸 은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며칠 전부터 생각났음에도 연락 못해 미안했던 후배 재우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