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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목마른 대한민국… ‘진정한 리더’가 그립다

 

용인신문 |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어떤 이들은 타로에게 묻는다. 타로카드 0번은 ‘바보( The Fool)’이다. 시선을 멀리 두고 날아갈 것 같은 표정. 짐이라곤 막대 끝에 달랑달랑 달린 보따리가 전부. 태양 아래 멋진 장화를 신고 짐을 싸서 어딘가를 가며 흥에 겨운 캐릭터. 이렇게 충만한 표정을 지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타로카드의 0번이 바보라니….

 

인생의 중요한 답을 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이 바보 카드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누구의 이익이 아니라 오직 행복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바보 혹은 우직한 바보 온달 같은, 혹은 바보 이반 같은 그런 인물들. 이들의 0순위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을까?

 

조선 후기 책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인물 세 바보를 꼽으라면 이덕무, 박지원, 정약용을 꼽을 수 있는데, 이중 ‘책만 보는 바보’로 알려진 인물이 바로 이덕무다. 그는 서자라는 핸디캡 때문에 벼슬에 오르기 힘든 처지였다. 그는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그저 ‘즐거움’을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역시 조선 후기의 인물 박지원의 독서는 구체적인 목록이 전해지지 않지만 그의 행적으로 유추해 보건데, 분야를 가리지 않은 독서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읽기가 동반되어야 다채로운 문체를 구사할 수 있었을 테니, 그가 구사하는 다양한 문체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다양한 독서 덕분이리라. 게다가 그는 당대의 금수저였으니 충분히 과거를 보지 않아도 되었을 법한데 굳이 과거시험을 봐서 장원을 했다.

 

정약용은 책을 통째로 기억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정약용의 독서는 그가 과거시험에 무려 아홉 번이나 장원을 했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해 낼 수도 있다.

 

이덕무, 박지원, 정약용 세 인물의 공통점은 독서를 통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꿈을 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신분상의 결격 사유로, 혹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자 했던 포부 때문에, 혹은 기득권 세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좌절되었지만 적어도 그들은 백성들에게 희망을 선물했으며,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오랜 스승으로 남아 있다.

 

얀 마텔이라는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으로 박근혜가 당선되자 긴 편지를 적어 보내왔고, 그 내용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작가정신, 2013)라는 책에 수록되었다. 그는 자국의 대통령이 문학을 읽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미국 번영은 대통령이 문학을 읽는 힘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캐나다 대통령은 한 번도 얀 마텔에게 답신을 주지 않아 그의 의견에 반박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나라에서 중요 행사가 있을 때 그를 초청해 대통령 스스로 독서의 중요함을 인정했다고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얀 마텔을, 이덕무와 박지원, 정약용을 호명하는 이유는 온 나라가 희망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땅의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줄 아는 이와,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줄 아는 진정한 리더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