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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용인 시마당] 봄바람 난 담장 옆으로ㅣ이금한

봄바람 난 담장 옆으로

                                        이금한

 

 

봄바람 난 담장 옆으로 화분 하나 내어 놓습니다

 

동창으로는 햇살이 빗살치어 꽃이 기웃합니다

눈길이 비스듬하니 마음 또한 어슷하니까요

마음짓은 꽃대에서 뿌리로 이어붙이고

몸짓은 잎이 잎들에게 슬쩍슬쩍 어우러져야지

모습이 영글고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봄바람이 나고 꽃이 피는 담장은 기적의 연출입니다

꽃은 남겨진 향기로 영원히 기억하겠지만

꽃 진 자리로 이어가자는 언약은 이내 잊겠지요

 

내어놓은 화분에서는 뜨거운 마음이 피어납니다

갇혀있던 공간으로부터 무의미한 바람이 지나갑니다

담장은 봄바람이 나기 직전 안식입니다

 

화분 하나 내어놓고 갈증을 잊습니다

꽃 진 자리에 소망이 피어날까

담장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서 봅니다

 

 

 

이금한

강원특별자치도 출생. 2004년 월간 『시사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2015), 『관덕정 일기_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여행』(2019), 『너를 닦으면 선명해지는 오늘의 날씨』(2023)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