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 다른 사람의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좋아. 여유롭게 될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좋아. 상대의 다음 여정을 응원하는 게 좋아. 질투를 빼고 감탄하는 게 좋아. 마음 깊이 축하하는 게 좋아. 고양이가 좋아. 작은 발로 걷는 새끼 고양이가 좋아. 가르릉거리는 소리가 좋아. 가만히 지켜보는 깊은 눈동자가 좋아.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하는 게 좋아. 가사를 음미하며 놀라는 게 좋아. 상대의 말뜻을 이해하려고 하는 게 좋아. 더 세밀하게 말의 의도를 궁리해보는 게 좋아.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좋아. 일종의 이유가 있는. 차분한 게 좋아. 주변 분위기를 살피는 게 좋아. 그대로 연기하고 튀지 않는 게 좋아. 내가 아닌 것에 섣불리 동의하지 않는 게 좋아. 잠깐 멈춰서 어떤가 생각하고 말하는 거지. 한 박자 쉬고, 멈춰서서 사람을 알아가는 즐거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 신나서 이야기하는 반짝이는 눈이 좋아. 상태를 체크하고 체킹 받는 게 좋아. 서로를 돌본다는 감각. 꼭 안아주는 게 좋아. 안김 받는 게 좋아. 다가와 살을 붙이고 앉는 존재들이 좋아.
용인신문 | 여행 중에 하루 밤에는 내가 자란 마을의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특별한 지점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서울 마포에 있는 작은 공동체 마을에서 자랐다. 밤마실이라고 밤에 친구네 집에 놀러가 그 집에서 자는 문화가 있었다. 늦은 밤 잠옷을 입고 방문해 저녁을 같이 먹고 수다를 떨며 잠을 잤다. 다음날 학교에 같이 등교한다. 친구네 집에 가면 언제나 먹을 게 있었고, 밥 때가 되면 되살림 가게에서도, 마을 극장에서도 어른들이 밥을 사주시곤 했다. 밤새 에세이를 쓰는 날이면 선생님들이 저녁을 사주셨다. 사비로. 길을 지나다 보이는 어른들에게는 모두 인사를 하던 시절 들살이, 바다살이, 숲살이 방학이면 며칠씩 다른 지역에 가서 산과 들에서 놀았고 우리학년 학부모님들과 일년에 두번씩 모꼬지를 갔다. 나의 부모님은 매번 참여를 못하셨는데, 우리 부모님이 가지 않아도 나는 갔다. 다른 부모님 차를 얻어타고, 내 짐만 챙겨서 부모님들끼리 친한 다른 집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부모님들끼리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대단하다. 족구를 하고 수영을 하고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고기를 구워서 배터지게 먹고 잠을 잤다. 학교에
용인신문 | 빛 하나 없는 까만 밤, 혼자 지내는 카시타(숙소) 카시타는 벽도 없이 기둥과 모기장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마저도 이년 반 정도 지나면 흰개미들이 갉아 먹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정글에서는 모든 게 빠르다. 키우는 동물들의 대소변도 며칠이면 사라진다. 그만큼 많은 곤충과 생명이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 할 것도 없이 하루 종일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멍때리는 시간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으로 멍때리면서 생각한 적이 언제였지, 어렸을 땐 이런저런 공상을 많이 하곤 했는데. 비 오는 밤이면 저 정글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재규어가 있을 것만 같다. 모기향과 촛불 하나, 해먹 하나와 침대 하나가 전부인 작은 공간에서 완벽히 혼자 지냈다. 그때는 심심해서 얼른 나가고 싶었는데, 요즘은 정글이 조금 그립다.
용인신문 | 콜롬비아 남부, 산도나 마을의 특산물은 왕골을 엮어 만든 모자와 가방이다. 동네의 모든 여자는 나이를 불문하고 왕골공예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손으로 엮어 만든 모자가 하나에 3만 원. 하나를 엮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콜롬비아 내에서도 이 지역의 특산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머무는 집의 할머니도 모자를 만드신다. 밤마다 한 시간씩 소일거리로 짜신다. 홀로 앉아 모자를 만드는 그 시간이 마치 명상 같다며 웃으신다. 식물을 얇게 째서 물을 발라서 엮는다. 위아래로 직조하듯 엮어가며 문양을 만든다. 하나하나 모자가 너무 예뻐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용인신문 | 늦은 달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는 콜롬비아 친구 마테오네 집. 시골 산골짜기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며 살아간다. 동생이 넷이나 있는 대가족이다. 정말 환대해 주셔서 지내는 동안 편안했다. 동생들에게 한국 놀이 참참참을 알려줬다. 간단한 규칙이니까 쉬운 스페인어로도 가르쳐줄 수 있었다. 헤어지는 날, 또 언제 올거냐며 다시 보자고 말한다. 배웅 나온 어머니도 언제든지 힘든 일 있으면 오라고 하셨다. 그 따듯한 마음에 찡한 헤어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