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 멕시코에 있을 때, 마리테레라는 친구네 집에서 묵었다. 하루는 아들의 가라테 승급식이 있다고 해서 같이 보러 갔다. 햇볕이 뜨거운 토요일 낮, 가라데 도장에 모였다. 한쪽에 학부모님들이 쭈르륵 앉아있고 아이들은 조금 들뜨고 긴장한 얼굴로 사부님을 바라본다. 다 같이 줄을 맞춰 서서 이제껏 배워왔던 것을 시연한다. 가장 어린 친구들, 낮은 급수부터. 한명 한명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나이에 상관없이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난다. ‘저 친구는 개구쟁이가 분명해’ 숨길 수 없는 장난기 어린 미소와 동작들이 선히 보인다. ‘저 친구는 엄청 진중하네. 형님 노릇을 정말 잘할 것 같군.’ 옆에 앉은 동생을 챙기고 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집중하려고 이리저리 몸을 배배 꼰다. 그것도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수련을 조금 오래 한 친구들로 갈수록 집중도가 높아진다.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한 아이가 시연하기 전 중앙에 서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 그 친구의 동작도 다른 아이들과 같았지만 다르게 보였다. 나이와 동작의 정확도와는 상관없이 그 순간의 집중도가 멋져 보였다.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다잡는 법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걸 보면
용인신문 | 점심을 먹을 때는 아이들이 몰려온다. 외국인이 신기한가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냐고 물어본다. 나는 오징어 게임 아냐는 질문인 줄 알고 “응!”이라고 했다가 큰일이 났다. 애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 것이다. 10명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상의 아이들이 팝콘 형식으로 물어보는 질문 세례는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다. 번호 몇 번이었어요? 누구 봤어요? 사실 애들이 내게 말하면 그 들뜬 장력과 빠른 말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미안 내가 씨sí와 노no만 하는 이유가 있어. 애들은 내가 스페인어가 서툰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왜 대답을 못하지…? 하고 쳐다본다. 그날은 한참 후에야 알았다. 아 오징어 게임을 할 줄 아냐는 질문이 아니라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냐는 질문이었구나. 이런 작은 오해와 소통의 어려움은 자주 겪는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오는 에피소드들. 미안함과 당황스러움 속에 하하 웃으며 애들을 피해 다녔다. 열 명 이상은 어렵다, 얘들아….
용인신문 | 일요일 밤에 불을 지피고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익숙한 분위기와 모르는 사람들. 신기하게 여행 중에 원하는 것을 말하면 곧 이뤄지곤 했다. 저번 주의 나는 선생님을 찾고 있었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작은 서클이 있었으면 했다. 이번 주에는 생태학교에서 봉사했다. 개교한 지 30년 되었으며 전교생 수는 80명 정도이다. 학생들과 만날 일은 거의 없었고 하루 6시간 일을 한다. 주된 일은 두 가지였다. 대나무로 산책길을 정비하는 것과 대나무 바닥을 만드는 것. 둘 다 몸을 쓰는 일이라 기합을 넣고 일했다. 삽질, 톱질, 망치질, 도끼질이라니. 얇은 대나무로 노후된 대나무 난간을 교체했다. 까매진 대나무는 금방 부서졌다. 푸스스. 계단도 만들었다. 대나무를 적절한 길이로 자르고 (50~80cm) 경사진 땅의 흙을 막는다. 산에서 보던 그런 산책로들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긴 부분을 다듬은 게 아니었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큰 대나무를 여는 게 가장 하이라이트. 도끼를 들고 대나무의 마디마다 3㎝ 간격으로 도끼질을 한다. 도끼가 잘 박힐 수 있게 자체 무게를 사용하면서 정확한 위치에 조준하는 게 어려웠다. 명상이라고 생각하고 호흡과 함께 도끼질했다. 같이
용인신문 | 콜롬비아에는 세계의 큰 산맥이 있다. 안데스산맥으로 이어진다. 안데스산맥은 지구상에서 가장 길게 뻗어있고, 무려 7000킬로미터에 달한다. 베네수엘라부터 칠레까지. 친구네 집은 첫 산맥을 넘어 중간에 있는 Inzá라는 소도시 근처이다. 작은 차에 넷이 옹기종기 앉았다. 짐이 한가득이라 차 위에도 대롱대롱 매달았다. 처음 출발할 때 날씨는 파란 하늘. 고도가 높아지며 안개와 구름이 끼고 얕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장 높은 지역에서는 한 해에 단 1cm가 자란다는 나무 프라엘레혼(frailejón)이 곳곳에 자라고 있다. 3미터가 넘어 보이니 300년은 족히 살았을 나무. 한참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차로 돌아간다. 아 추워!!!
용인신문 | 콜롬비아에 있는 대나무 건축 워크숍에 왔다. 페루의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썼던 친구에게 정보를 받았다. 오래 여행하는 장기 여행자들이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곳곳에서 자원봉사(발룬티어)를 하는 것이다. 주로 식사와 공간을 제공 받고, 하루에 4시간~5시간 정도를 일한다. 호스텔, 커피농장, 동물보호소, 개인 가정, 건축 프로젝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번에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를 받는 곳에 가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주로 유럽과 미국 친구들이 많다. 대나무 건축의 개요와 가장 많이 쓰는 세 가지 방식을 배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굴곡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대나무는 특장점이 잘 구부러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무집과도 다르게 곡선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말뚝을 박아놓고 대나무를 겹쳐 쌓아서 큰 하나의 기둥을 만들었다. 이는 그대로 1층의 기둥이 된다. 이 아름다운 곡선을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