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 주말에도 평일에도 낮에도 밤에도 몰려오는 부담감과 압박감. 잘 모르는데도 해야하고 물어볼 곳이 없어 막막할때도. 마음 다했던 시간이었던것 같다. 내 실수에 돈이 걸려있는 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다들 어떻게 일하고 사나 싶고. 내가 해야 하는 일임을 알고, 내가 해낼 수 있다면 좋지만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중요했다. 맞아. 생각해보면 주변 덕에 해냈으니 나에게도 칭찬을, 그리고 도와주신 분들께도 충분한 감사를 표하면 될 것 같다. 이제 내가 할 것은 회복하기. 마음을 채우고, 몸을 튼튼하게 하기. 점심 저녁을 해먹고, 아침엔 수영을 가기. 비우기. 배운 것을 복기하기. 사랑하기.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집을 청소하고 돌보기. 감사를 전하기.
용인신문 | 3년 전에 찍은 필름을 현상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을 발견한 기분이다. 제주에 한달살이를 갔던 때다. 부푼 꿈을 안고 간 것과 달리 중산간 마을 생활은 심심하기만 했다. 차도 없는 우리는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 차려 먹고 나면 하루가 다 갔다. 심심하다 못해 무료해지는 날이면 마을을 산책하러 나갔다. 챙겨간 그림 도구는 거의 쓰지도 못했으며 가져간 사진기에도 고작 몇 장의 사진을 찍었을 뿐이었다. 너무 심심한 나머지 나는 제주에서 운전면허를 따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서 운전 연습을 하고 오면 저녁이었다. 처음 운전은 무섭고 어려워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주행시험 날은 앞사람이 길을 잘못 든 바람에 바로 탈락하는 것을 보고 긴장이 두 배. 제주 한달살이를 끝낸 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찍힌 면허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용인신문 |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매일 얼굴 보던 사람들을 볼 수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도 지나서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는 것도 어려워졌을 때 사람을 사귄다는 건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그 좋았던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 수도 있겠다고. 그리워하는 게 우정이고 애정일 수 있겠다고 이제는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정말 찰나일 뿐이고 다시 헤어져서 각자 살다가 만나서 서로 이만큼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이런 일이 있었고 어땠고 이런 생각을 했고…, 요새는 또 이렇고 말들을 나누는 시간이 더 길 거란 걸 알아.
용인신문 | 봄이 되면 생각나는 시집이 하나 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선물해주셨던 시집이다. 이문재 시인의 <지금 여기가 맨 앞>. 10년 만에 나온 시인의 시집은 잘 농축되어 있었다. 그 시들을 읽고 봄을 더 자주 관찰하게 되었다. 연초록빛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부터, 산수유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 노란 꽃을 피우는 것, 말간 연두색 빛들이 조금씩 연초록으로 변하는 것까지 본다. 새로 난 잎은 반짝이고 연하다. 조금 말려있다. 다음날 가서 다시 보면, 말려있던 잎이 펴져 있다. 반짝임은 조금 가셨지만 여전히 다른 잎들과 비교해서는 더 연한 초록색이다. 초록의 변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온다!
용인신문 | 혼자 살게 되며 가장 즐거운 것은 내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조용한 집안이라는 것. 자극에 약한 나는 작은 소리에도 쉽게 집중이 깨지고는 했다. 깨끗한 책상과 고요함이 날 건강하게 한다. 주의는 기울이되 반응은 없이. 말없는 소리, 내용없는 감정. 소음없는 신호 외부의 소음을 끊고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끊임없이 흔들린다. 어느날, 불안하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단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절되면 고립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모든 순간에 연결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라고 하셨다. 온라인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나는 새벽을 잘 이용한다. 사람들이 잠들고 나면 고요한 시간이 오기 때문이다. 핸드폰을 꺼두고 30분쯤 지나면 나만의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