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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사유에 관하여

 

 

[용인신문] 레이먼드 카버는 1980년대 ‘미국의 체호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름이 보여주듯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결같이 짧다. 50세에 사망한 작가의 작품이 다수 번역되어 우리 독자들을 찾았음에도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거든』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며, 이미 번역된 적은 있지만 찾아보기 힘든 작품도 수록되어 있다. 이중 표제작인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간결하면서도 오래오래 곱씹어 볼 만하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황급히 떠난 것 같다. 이 침대를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이런 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임을 나는 안다.”(121쪽) 황급함, 인간의 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필연보다 우연이 더 많고 그 일 또한 ‘황급하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처럼 누가 어디에 있었든,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어떤 상황에 놓이든 어떤 사건은 돌발적으로 찾아와 우리 앞에 놓인다. 등장인물의 밤과 새벽 시간에 걸려오는 낯선 전화처럼 말이다. 매번 전화 코드를 뽑아놓고 자야 하는 등장인물의 사연도 흥미롭다. 어쩌다 전화 코드를 뽑지 않아서 오게 된 낯선 전화 때문에 자신들의 미래-죽음의 순간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등장인물. 한밤중 걸려온 전화는 일상을 피로하게 만들지만, 그 때문에 조금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소원한 관계를 인식하게 한다. 잘못 걸려온 전화임을 고지받은 상대방의 반응 또한 흥미롭다. 짧은 작품이지만 그래서 다시 읽고 또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