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23 애월 혹은 서안나 애월(涯月)에선 취한 밤도 문장이다 팽나무 아래서 당신과 백 년 동안 술잔을 기울이고 싶었다 서쪽을 보는 당신의 먼 눈 울음이라는 것 느리게 걸어보는 것 나는 썩은 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애월에서 사랑은 비루해진다 애월이라 처음 소리 내어 부른 사람, 물가에 달을 끌어와 젖은 달빛 건져 올리고 소매가 젖었을 것이다 그가 빛나는 이마를 대던 계절은 높고 환했으리라 달빛과 달빛이 겹쳐지는 어금니같이 아려 오는 검은 문장, 애월 나는 물가에 앉아 짐승처럼 달의 문장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애월이 애원으로 들리는 것, 그것은 사람이 사랑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 인간이 이름을 붙인, 그리하여 어느 날 의미를 가진 모든 지명과 나무와 꽃은 제 이름대로 살아간다. 새는 제 이름대로 울고불고. 부여받은 의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과 동거를 통해 검증받은 것. 사람만이 제 이름대로 살아가길 원할 뿐이다. 애월(涯月), 물가에 어린 달이로구나. 처음 소리 내어 애월이라 부른 사람의 애원은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저 혼자 나지막이 불러본 적 있는가. 그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의
오룡의 역사 타파(22) 이종무 장군의 대마도 정벌은 성공한 작전이었나? 대마도(일본명 쓰시마). 부산에서 거리가 49.5㎞인 반면 일본 큐수의 후쿠오카에서는 134㎞나 떨어진 섬이다. 섬 면적의 90% 이상이 산악지대여서 고구마를 제외하면 먹을 것이 거의 없는 척박한 땅이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이들은 해적과 왜구라고 불리우며 동아시아의 해안주민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다. 고려말부터 계속된 왜구의 준동은 조선초기에도 계속된다. 일본 본토의 가마쿠라 막부와 무로마치 막부 교체기의 혼란도 원인이었다.세종 1년(1419) 5월, 왜선 500여 척이 서천 비인현을 침공했다. 당시 태종은 왕위는 세종에게 넘겨줬으나 병권만은 장악하고 있었다. 상왕 태종이 주상 세종에게 말했다. 주상, 지금 적들이 발광하고 있는 비인현에서 싸울 게 아니라 왜구의 소굴인 대마도가 비어 있으니 그곳을 치도록 하시오. 세종은 즉시 이종무를 삼군도제찰사로 임명하여 전함 227척, 군량미 65일분, 병사 1만7000명을 통솔하여 대마도 정벌을 명한다. 기습 작전으로 인한 대마도 공략은 대성공이었다. 정벌을 통해 대소 선박 129척과 가옥1940여 호를 소각하고 적 114명을 참수하는 대승을 거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9 바람 조문 이서화 한적한 국도변에 弔花가 떨어져 있다 내막을 모르는 죽음의 뒤끝처럼 누워있는 화환의 사인은 어느 급정거이거나 기우뚱 기울어진 길의 이유겠지만 국화꽃들은 이미 시들어 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들이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잡풀 속 며칠 누워있었을 화환 삼일동안 조문을 마치고도 아직 싱싱한 꽃송이들 잡풀 속 어딘가에 죽어 있을 야생의 목숨들 위해 스스로 이쯤에서 떨어진 것은 아닐까 같이 짓물러가자고 같이 말라가자고 누워있는 화환 보낸 이의 이름도 사라지고 꽃술 같은 근조(謹弔) 글자만 남아 시들어 간다 길섶의 바랭이 강아지풀 기름진 밭에서 밀려난 씨앗들이 누렇게 말라간다 누군가 건드리면 그 틈에 와락 쏟아놓는 눈물처럼 울음이 빠져나간 뒤끝은 늘 건조하다 지금쯤 어느 지병의 망자도 분주했던 며칠의 축제에서 한 숨 돌리고 있을 것 같다 먼지들이 덮여 있는 화환 위로 뒤늦은 풀씨들이 떨어진다 밟으면 바스락거릴 슬픔도 없이 흘러가는 국도변 가끔 망자와 먼 인연이었다는 듯 화환 근처에 뒤늦게 찾아와 우는 바람소리만 들린다 당신은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것들, 가령 바람, 피부, 숲, 죽음, 세포, 불안그리고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 안작가, 길위의 풍경 한낮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 카페 안은 이야기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곳에는 열심히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과 무심히 창밖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혼자 책을 보는 한 외국인에게 내 시선이 멈추었다. 책을 바라보는 눈빛, 책 위로 내리는 빛은 어수선한 카페 안에서 그의 머리카락만큼 눈부시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책 밖에 더 있겠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며 책 읽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 내 자신과, 디지털시대 속에서 책이라는 감성에 대해, 그리고 정말 내가 스마트해져 가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카페를 나왔다.
사주명리로 본 세상이야기-26 계사년은 변화의 세상 이제 곧 계사년이 온다. 2013년이 되었지만 아직은 임진년이고 구정이 지나야 새해의 기운이 시작된다. 동지가 지나면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이미 정신적으로는 새해가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한해의 마무리보단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요번 달은 조심해야 한다. 계사년부터는 활동중심의 해가 되고 앞으로 6년간은 생산과 번영의 시절을 맞게 된다. 임진년을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고는 바닥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참고 참아서 더 이상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태를 만든 것이 임진년의 기운이다. 하지만 계사년부터는 구름을 뚫고 밝은 빛이 들어오는 운이라서 마치 쥐구멍에 볕들겠지 하는 기분을 준다. 사람들도 계사년의 새로운 계획에 대해 상담하러 오고 있다. 이동수가 많은 역마의 해이고 변화를 가져오는 해라서 마음과 의욕을 들뜨게 하지만, 그러면서 이성은 차갑게 가질 수 있어서 포부에 찬 상담을 하러온다. 2012년에 힘들었고 고생했던 사람들은 2013년에는 그 힘들었던 고생의 대가를 취할 수 있을 것이며, 잘나갔던 사람은 너무 많이 펼쳐진 덕에 그것을
울림을 주는 한 편의 시-118 딸들의 저녁식사 신달자 우리들은 둘러 앉아 옛날의 젊은 엄마들을 반찬으로 저녁을 씹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엄마가 다르지만 엄마가 겪은 상처와 치욕은 다 같았으므로 서로 그 엄마로 불렀다 우리들은 한 남자를 모두 아버지라 부르지만 한때 그 엄마들이 손톱 끝을 세우며 진저리치며 그리워하던 그 남자의 같은 피를 받았다 그 남자 하나를 온전히 가지지 못해 발광의 가슴을 뜯으며 허기로 혀를 물었던 우리들의 그 엄마들은 천국에서는 어떻게 살까 딸들이 와르르 웃으며 눈물을 찍어 낸다 저녁이 저물고 고기를 씹던 딸 하나가 우리 엄마 내 딸로 태어나면 남자 하나 얻어줄 텐데 그 말 잇속에 끼어 너풀거리고 새벽까지 한 남자를 기다리던 엄마의 늙은 딸들이 모여 앉아 가장 잔혹하고 슬픈 남자 하나 우리들의 아버지를 미워하지 앉기로 결정한다 취중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갈비 10인분 소주 다섯 병을 비우고 남자 하나에 비루하게 생을 마감한 그 엄마들의 딸들이 자신들의 딸들에게 외할머니는 유관순이었다고 신사임당이었다고 그렇게 말하자고 중의를 모았다 엄마가 다르나 어딘가 비슷한 딸들이 와장창 웃을 때 어머나! 젊은 그 엄마들이 모두 치마를 벗은 채 우리들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6 녹번동 이해존 1 햇살은 오래전부터 내 몸을 기어다녔다 문 걸어 잠근 며칠, 산이 가까워 지네가 나온다고 집주인이 약을 치고 갔다 씽크대 구멍도 막아 놓았다 네모를 그려 놓은 곳에 약 냄새 진동하는 방문이 있다 타오르는 동심원을 통과하는 차력사처럼 냄새의 불똥을 넘는다 어둠 속의 지네 한 마리, 조정 경기처럼 방바닥을 저어간다 오늘은 평일인데 나는 百足으로도 밖을 나서지 않는다 2 산이 슬퍼 보일 때가 있다 희끗한 뼈마디를 드러낸 절개지, 자귀나무는 뿌리로 낭떠러지를 버틴다 앞발이 잘리고도 언제 다시 발톱을 세울지 몰라 사람들이 그물로 가둬 놓았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곪아가는지 파헤쳐진 흙점에서 벌레가 기어나온다 바람이 신음소리 뱉어낼 때마다 마른 피 같은 황토가 쏟아져 내린다 무릎 꺾인 사자처럼 그물 찢으며 포효한다 3 저마다 지붕을 내다 넌다 한때 담수의 흔적을 기억하는 산속의 염전, 소금꽃을 피운다 옷가지와 이불이 만장처럼 펄럭이며 한때 이곳이 물바다였음을 알린다 흘러내리지 못한 빗줄기를 받아내는 그릇들,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방안에 고인 물을 양동이로 퍼낼 때 땀방울이 빗물에 섞였다 오랫동안 산속에 갇혀 있던 바다가 제 흔
설렘, 즐거움, 매력을 선사하는 자라섬씽씽겨울축제 서울에서 40분대, 부담 없이 모든 겨울놀이 즐긴다 【가 평】 자라섬씽씽겨울축제 ! 그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고 설레임을 안겨준다. 이 축제는 속이 들여 보이는 30cm이상 언 얼음 속에 자라는 송어를 낚고 썰매도 타고, 별이 내려앉은 은하의 세상에 주인공이 되는 우리가 꿈꾸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축제다. ▣ 2013 제4회 자라섬씽씽겨울축제 자라섬씽씽겨울축제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이자 다양한 녹색상품을 지닌 경기도 가평군이 2013년 1월4일부터 27일까지 24일 동안 1급 수질을 가진 가평천에서 겨울놀이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올해 초 88만여 명이 찾아와 겨울의 매력과 참 맛을 즐겼던 자라섬씽씽겨울축제는 계사년 새해 설레임과 추억, 건강을 선사하기위해 규모를 넓이고 콘텐츠도 다양화해 관광객을 맞는다. 이 축제는 송어얼음낚시도하고 썰매도타고, 슬라이드 볼링, 설상미니골프, 미니 재즈페스티벌도 보는 겨울놀이 종합선물세트다. ▣ 축구장 13.5배의 행복, 치유 파티장 겨울놀이의 모든 것이 진행되는 축제장은 얼음 면적만 9만6,470㎡에 (2만9,230평)로 축구장 13.5배가 넘는다. 한번에 5만 명
▲ 19일 당선이 확실한 가운데 새누리당 개표 상황실을 찾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지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20일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는 박 당선인. ▲ 20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대국민 인사를 하고 있다.
▲ 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 모습. 이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슴. 공다원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 용인지부 지부장 지난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에 중증 장애인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투표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심한 모욕감으로 눈물을 흘리며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렵게 투표소까지 갔지만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 참정권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던 기분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지난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에 중증 장애인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투표소를 찾아갔다. 그러나 심한 모욕감으로 눈물을 흘리며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렵게 투표소까지 갔지만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 참정권을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던 기분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처인구에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 K부부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아갔다고 한다.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은 활동보조인을 동반했고, 결국 활동보조인과 함께 기표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주권행사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선거관리자의 무례한 행동과 고성으로 심한 모멸감
울림을주는 시 한 편 - 112 홍어 오태환 쐐한 薄荷잎 향기가 쓸쓸했다 썩은 두엄더미와 썩은 볏짚 속에서 삭힌 한 철 내내 비뚜로 구겨진 채 검게 빈 구강, 아직 선득선득한 배지느러미, 방패연같이 납작하고 흐린 몸피, 미늘 같은 가시가 돋친 꼬리, 울금빛 애까지 샅샅이 항구의 그림자처럼 어두워졌겠다 항구의 그림자에 항구의 그림자가 포개진 것처럼 어두워졌겠다 불완전연소의 허기 콧속과 인후를 양잿물에 재 놓은 것 같다 뱃살 한 점에 미나리를 얹고 양념간장을 찍어 입안으로 가져간다 그러니까 소줏잔을 곁들인 무심한 젓가락질은 다만 그것의 쓸쓸함과 내통하거나, 그것의 어둠에 독하게 부역하는 일 이 숨죽인 식욕을 채우는 저녁나절, 눈발 날리는 항구의 저녁나절 아, 우리 콧속으로 들어오는 그 모든 냄새는 냄새가 되기 위해 얼마나 깊게 썩어문드러져야 하는 것이냐. 우리 몸을 빠져나가는 냄새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우리 몸속에 머물다 가는 것이냐. 냄새는 머물다 가는 것. 연기처럼, 사라지기 직전에 퍼지는 주술 같은 것. 당신이 코를 돌려 피하는 냄새는 이미 당신 몸속에 가득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냄새는 욕망을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