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공자가 55세에 소정묘를 단칼에 베고는 56세에 주유철환을 떠났다. 그 당시 사람들은 공자가 천하에 숨겨놓은 스승이 있다고 믿었다. 그동안 밑천이 다 떨어져서 남모르게 스승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기 위해 최측근 제자 일부만 데리고 여행을 감행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제하제자諸下弟子들의 호도된 여론 속에 시작된 여행은 자공 개인 돈 연 230억 원을 써가며 14년간 70개국을 돌아다녔다. 결국은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끝으로 70세에 이르러 돌아온다. 그럼에도 여행에 동행하지 못한 제하제자들은 여전히 “공자께서 따로 스승을 두고 공부를 했을 것이다.”라는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이런 의문을 가진 제자들에게 공자는 정색을 하며 말한다. 너희들은<이삼자二三子> 내가 뭔가를 감춰 놓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구나<이아위은호以我爲隱乎>. 나는 너희에게 숨기는 것이 없다<오무은호이吾無隱乎爾>. 또한 지금까지 너희와 함께 하지 않은 것조차도 없거늘<오무행이부여이삼자자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이것이 나다<시구야是丘也. 논어술이7-23문장>. 그러면서 뼈아픈 고백을 하는데 논어의 이 대목에 이르면 울컥하며 콧
최은진의 BOOK소리 144 사랑하고 사랑받을, 세상의 모든 너에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저자 : 박민규 / 출판사 : 예담/ 정가 : 12,800원 [용인신문]어떤 소설에서든 여주인공은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 남자가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사랑은 시작된다. 그런데, 여기 외모 이데올로기에 대한 야심찬 반격으로 우리 안의 허점을 찌르는 사랑이 있다. 눈에 띄게 못생긴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작가의 말처럼 오해를 믿으며 살아가게끔 만들어진 게 인간이고, 누군가를 상상하는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들의 사랑은 충분히 완벽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못생긴 여자와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만들어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특별한 사랑이야기. 엄마를 버리고 예쁜 여자에게 가버린 잘생긴 연예인 아버지를 둔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건 일찍이 아름다움의 ‘시시함’을 알아버렸기 때문.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너무 못생긴’ 여자를 택했다고 해서 대단한 발상의 전복을 이루어 내었다고 감탄할 필요는 없다. ‘나’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이일 뿐이고 ‘보여 지는 것’의 쓸모없음을 알고 있을
소고기 더덕말이 환상의 궁합, 건강한 한끼 [용인신문]지나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 다녀와 감동받은 숨은 맛집 소개해 드릴게요. 이름은 ‘들온정’. 정확한 지명은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인데, 대로변이 아니고 비포장도로 안쪽에 위치해 있어요. 주변에는 식당이나 카페도 없고 공장 분위기의 건물만 있지만 네비게이션을 믿고, 길을 따라 쭉 들어가야 해요. 주차는 매장 앞에 아주 쉽게 가능합니다. ‘들온정’은 오픈한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주인은 원래 유명한 감골오리를 십년 넘게 운영하다가 메뉴를 개발해서 ‘들온정’으로 다시 오픈했다고 하네요. 새로 개발한 메뉴는 소고기 더덕말이와 황칠 버섯전골. 원주에 소고기 말이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다녀오려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귀한 더덕말이 집이 있어서 진짜 반가웠어요. 실내는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모두 테이블이구요, 들어가면 정면에 깨끗한 오픈 주방이 눈에 확 들어와서 더 맘에 들었습니다. 메뉴를 보면 구이는 소고기 더덕말이와 오리훈제구이가 있고, 황칠능이버섯전골과 2시간 전에 주문해야 하는 오리도리탕과 황칠삼계탕이 있어요. 소고기 더덕말이 때문에 방문했으니 소고기 더덕말이와 황칠 능이버섯전골 주문했습니다. 먼저
[용인신문]에버랜드에서 ‘장미축제’가 한창이다. 장미축제는 지난 달 17일부터 한 달간 진행 중이다. 올해 주제는 ‘사랑과 연애하기 좋은 데이트 성지’다. 약 2만㎡(6000평) 규모의 장미원에 720여 종의 100만송이가 화려하게 피었다. 아울러 로맨틱한 포토스팟, 장미향기 체험, 장미원 공연 등을 새롭게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에버랜드 장미원.<글/사진: 김종경 기자>
꽃 박신규 달맞이꽃처럼 순식간에 터져요 참지 않는 울음은 봉선화 씨앗처럼 간지럽게 뿌려요 눈물 매단 웃음은 열매 감춘 씨방보다 연하게 나무를 새긴 씨눈보다 완고하게 사철 지치지 않고 활짝, 무궁한 꽃이 피었습니다 흔들리고 주저앉을 때 귀신같이 쪼르르 달려오는 꽃은 배고프다는 그 꽃은 친히, 목젖 찢어져라 피어납니다 꽃을 품고 굽신굽신 밥벌이에 단내가 납니다 박신규는 꽃을 슬픔으로 노래한다. 꽃은 슬픔의 은유이며 상징이기도 하다. 참지 않는 울음이 달맞이꽃처럼 순식간에 터지고 눈물 매단 웃음은 봉선화 씨앗처럼 간지럽게 뿌려지는 공간에서의 울음이나 웃음은 슬픔의 다른 이름이다. 그에게 무궁한 꽃으로 활짝 피어난 꽃은 ‘열매 감춘 씨방보다 연하게/나무를 새긴 씨눈보다 완고하게’ 사철 지치지 않고 피는 꽃이다. 연하고 완고하게 피는 무궁한 꽃이라면 몸이다. 몸만이 무궁하게 피는 꽃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열매를 감춘 씨방’은 연한 몸을,‘나무를 새긴 씨눈’은 완고한 몸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연하고 완고하게 ‘사철 지지 않고 활짝’ 피어 있는 무궁한 몸은 우리들의 몸이어서 순식간에 터지는 울음을 가진 몸이고 눈물 매단
장 미 이경림 너는 젊고 아름답다 너는 젊고 웃는다 너는 젊고 웃지 않는다 언제부터 너는 젊고 시작되었다 언제부터 너는 웃고 아름답지 않는다 언제부터 너는 웃지 않고 아름답지 않는다 그리고 너의 칠요일은 온다 아침이 오지 않는다 저녁이 오지 않는다 저녁만 시작된다 아침만 시작될 것처럼 더듬더듬 한 이파리씩 이경림은 장미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있다. 장미를 향해 ‘너는 젊고 아름답다/너는 젊고 웃는다’라고 노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도취 이상이다. 그러나 장미는 도취에 머물게만 하지는 않는다. 장미는 쉬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유자철망을 치고 있다. 그것이 가시다. 가시가 있어 새침하고, 새침해서 언제나 웃어주는 것은 아니다. 장미에 그녀의 서정이 얹히는 순간, 그녀는 이미 장미였으니 새침해지는 것은 그녀이기도 하다. 장미는 언제부턴가 젊었고 아름다운 사랑이 시작되었지만. ‘언제부터 웃고 아름답지 않는다/언제부터 웃지 않고 아름답지 않는다’고 아름다움의 연원과 아름답지 않음의 연원을 생각하는 것이다. 웃고 있지만 아름답지 않은 장미는 이제 아름다움의 절정을 지나기 시작한 장미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으니 장미인들 다르겠는가. ‘아름답지 않는다’는 문장은
‘국회의원을 밀어?’ 어느 국회의원이 했다는 지극히 짧은 단발마 탄성은 말의 인플레이션을 느낀다. 아니 권력 맛에 기울어진 인성의 정체성에 대한 절창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을 밀어?’라고 했어도 그 두려움은 만만찮았을 텐데 ‘국회의원을 밀어?’라는 말 한 마디 속에는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 따라 가공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힘없고 그야말로 들풀보다 더 여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들이 한 표씩 찍어줘서 저들은 국회의원이 됐다. 선거 때는 코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려가면서 세상에 이보다 더 착하고 이 보다 더 예의바른 사람은 아마도 없을거야라는 듯이 한 표를 위해 온갖 겸손과 갖은 아양을 떨때가 있었거늘. 이젠 금뺏지 달았으니 적반하장 플러스 안하무인격. 의원님 됐다 이거지?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니 일주일 내내 기분이 나쁘다. 또 다른 어느 국회의원은 누군가에게 인간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 부었다 한다. 당사자는 모멸감에 치를 떨며 하소연은커녕 찍소리도 못 내고 서둘러 사표를 쓰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이리라. 해당 국회의원은 사과문 몇 자 읽고는 ‘뭐 어쩌겠어. 대한
취산화서聚散花序* 송재학 수국 곁에 내가 있고 당신이 왔다 당신의 시선은 수국 인 채 나에게 왔다 수국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잠깐 숨죽 이는 흑백사진이다 당신과 나는 수국의 그늘을 입에 물 었다 정지 화면 동안 수국의 꽃색은 창백하다 왜 수국이 수시로 변하는지 서로 알기에 어슬한 꽃무늬를 얻었다 한 뼘만큼 살이 닿았는데 꽃잎도 사람도 동공마다 물고 기 비늘이 얼비쳤다 같은 공기 같은 물속이다 * 수국의 꽃차례는,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그 주위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거기서 다시 가지가 갈라져서 그 끝에 꽃이 핀다. 송재학은 꽃차례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미시적 풍경에 대한 그의 애정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서정적 이미지의 운용에 남다른 미학을 보여온 그는 수국의 꽃차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나는 지금 수국 곁에 있다. 수국의 공간을 고유한 나는 이미 수국이기도 하다. 수국에 시인의 시선이 머물기 시작하면 시인의 서정이 투사된 것이어서 수국과 시인은 등가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 개입되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다. ‘당신의 시선은 수국인 채 나에게 왔다’고 노래하는 것으로 보아 당신은 오면서 수국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3 1만 년 성의 역사를 민낯으로 마주하라. 에로틱 세계사 ◎ 저자 : 난젠 & 피카드 / 출판사 : 오브제 / 정가 : 18,000원 몰랐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섹스에 병적 아니, 광적으로 집착해왔다는 사실을. 또 1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현재 우리보다 더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는 걸. “동굴 벽에 포르노그래피를 그렸고 파피루스에 음담패설”을 썼던 호모사피엔스의 1만 년 동안의 성 연대기. 인류가 역사에 남긴 수많은 유물과 문헌, 사건, 사례를 보여주면서 1만 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속되어 온 인류의 성 문화를 심도 있게 조망한 책. 독일의 젊고도 뜨거운(?) 저널리스트 그룹인 난젠&피카드의 발칙하고도 유쾌한 성이야기. 그들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엔 욕정을 억누르는 자들이 교무실이나 풍기 단속반 혹은 사제관에 있지 않고,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고. 인류의 출현부터 철기시대, 헬레니즘 로마 시대, 중세, 르네상스 시대, 계몽주의 시대, 혁명의 시대, 세계대전과 학살의 시대, 냉전 시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문헌과 예술 작품 등에서 유추 또는 확인할 수 있는 당대의 성 풍속을 중
용인을 상징하는 ‘용인8경’이 재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시 관광과는 이를 위해 선정 자문단을 구성했고, 이미 2차례 회의를 한 상태다. 늦어도 오는 10월까지는 재선정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용인8경’은 지난 2001년 본지에서 용인시에 제안, 용인시가 민·관 전문가들을 포함한 10여명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렇게 구성된 ‘용인8경 선정위원회’는 2년여에 걸친 시민 추천과 후보지 답사 등을 통해 2003년 5월9일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이때 선정된 8경이 △성산일출(구성) △어비낙조(이동) △곱든고개와 용담조망 △광교 설경(수지) △선유대 사계(양지) △조비산(백암) △비파담 만풍(모현) △가실 벚꽃(포곡) 등이다. 당시 본보에 따르면 시는 난개발 오명을 씻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8경 후보지를 추천 받았다. 또 선정 위원들은 후보지역의 4계절 풍경을 답사·확인한 후 최종 심의를 통해 결정했다. 아울러 용인8경을 확정 발표하면서 사진공모전을 비롯해 표지판·포토존을 설치하고, 진입로와 편의시설을 확충은 물론 8경 확정지에 대한 경관훼손 방지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정부와 SK하이닉스가반도체클러스터 조성부지로 발표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걸려있는 플래카드에서 민심이 읽혀지고 있다. 당초 120만평에서 15만평을 추가 편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력반발하고 있다.또한 농촌지역임에도개발 호재를 노린 부동산만 무려 30여개가 늘어났다고 한다.여느때 같으면 모내기가 한창이어야 할시골마을에 불어닥친 개발광풍이 언제 끝날지 궁금하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원삼면 일대.<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사진기자>